김선일씨 피살 소식을 접한 이라크 현지 주재원들과 교민들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 아직까지 바그다드에 남아 있는 민간 기업인들은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사관에서는 빨리 이라크를 빠져나가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철수는 곧 사업을 포기한다는 의미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대사관과 KOTRA는 현지에 가나무역 직원들을 제외하면 민간 기업인 8명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6월말까지 반드시 철수할 것을 독려하고 있으나 파악되지 않은 한국인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인들은 특히 이달말 민정 이양을 앞두고 과격단체들이 외국인들을 겨냥한 테러나 납치를 되풀이 할 것으로 보고 안전한 지역으로 거쳐를 옮겨가며 낮에만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KOTRA 바그다드 무역관 김규식 관장은 "남아 있는 교민들은 김선일씨 피살 소식에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면서 "남아 있는 상사원과 교민 8명도 6월말까지는 모두 이라크를 빠져 나가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어제까지만 해도 희망적인 분위기였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교민들이 애통해 하고 있다"면서 "무역관에서 근무하는 이라크 직원들까지 큰 충격을 받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바그다드무역관은 김 관장을 포함해 2명의 주재원이 활동해 왔으나 1명은 요르단 암만에서 열리는 한국제품 전시회 참석을 위해 암만으로 철수, 김 관장이 대사관과 함께 교민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바그다드무역관은 현지 고용인력들의 대외활동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며 무역관장 사택 주변도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 테러위협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현지에 진출한 경호업체 STW의 이승국 대리는 "22일 지사장과 실장이 요르단 암만으로 떠나 지금은 혼자 남아 있다"면서 "이라크 직원 20여명과 함께 공항으로 이동하는 한국인들을 경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리는 "경호회사까지 탈출하면 남아 있는 한국인들을 누가 공항까지 이동시키냐"며 "어제 요르단으로 출국한 직원들도 업무를 마친 뒤 바그다드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선 납치와 실종이 일상화돼 있기 때문에 김씨 피랍과 피살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현지인들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잔류 한국 기업인들은 "6월말 정부이양 전후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라크로 들어오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