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계식 <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minks@hhi.co.kr >
미국사회를 흔히 철저한 자본주의 또는 상업주의 사회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부자가 존경받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철저한 상업주의 속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긍정적인 사회구조와 규율을 유지하고 있다.
'철저한 직업의식'과 '정당한 평가의식'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고려장'감으로 치부해 버릴 노년에도 나이를 잊고 일에 매달려 최선을 다하는 '직업의식',그로 인한 업적,또한 그러한 노력과 업적을 인정해 주고 정당히 평가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살아 있다.
미국사회의 두 대표적 노익장인 피터 드러커(1909년생)나 앨런 그린스펀(1926년생)을 보면 참으로 부러운 생각이 든다.
국어사전을 보면 '확삭'이란 말이 있다.
늙어서도 기력이 정정하고 정열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치켜세우는 말이다.
그런 행위를 '확삭하다'고 한다.
70대 청년이란 말이 있고 30대 노인이란 말도 있다.
평생을 통해 자기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어떻게 관리해 왔느냐에 따라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태백''삼팔선''사오정''오륙도'가 일반풍조인 사회에서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사회경험을 쌓고 젊은이 못지않은 정력이 있다 할지라도 국가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갖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사람은 미래가 가깝건 멀건 자신의 마음속에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그 실현을 위해서 정력을 쏟아 붓는 동안엔 인생의 의미를 자신에게 묻는 것과 같은 일은 하지 않는다.
그들이 현재 몸과 마음을 바치고 있는 그 일이 바로 그들 자신의 인생의 의미가 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장인정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분위기는 미래를 지탱해줄 올바른 가치관이나 장인정신이 바로 서기 어려운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어떤 사회의 안정과 향상,발전은 개개 구성원의 성실과 정직,근면함,철저한 직업의식에 기인하는 바 크다 할진대 아무리 우리가 미국사회를 비판할지라도 우리는 벌써 사회구조에서 미국에 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정말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