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목표주가(기업의 펀더멘털을 반영한 적정주가)'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IT(정보기술) 자동차 유화 철강 등 핵심업종의 대표주가 첫번째 대상이다. 글로벌 경기위축, 유가상승, 내수회복 지체 등이 악재로 작용, 하반기 기업실적이 당초 예상을 밑돌 것이란게 적정주가를 끌어내린 주된 배경이다.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은 통상 증시 대세하락 국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박윤수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당순이익(EPS)과 목표주가의 동반 하향조정이 러시를 이루는 것은 실적모멘텀이 꺾였음을 알리는 간접적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업종대표주 줄줄이 하향조정 지난 6월초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및 목표주가가 하향조정된 이후 IT 자동차 화학 철강 등 핵심업종 대표주의 하향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가 앞장서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은 70만원대였던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최근 56만원대로 끌어내렸다. BNP파리바는 LG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3천원에서 8만1천원, 리먼브러더스는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6만4천원에서 5만8천3백원으로 각각 내렸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증권사들도 하향조정 작업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삼성증권은 이날 한진해운의 목표주가를 3만2천원에서 2만1천원으로 34% 내렸다. 삼성은 또 호남석유 LG화학 LG석유화학 한화석유화학 등 '유화 4인방'의 목표주가도 대폭 내렸다. INI스틸 대한항공 제일모직 대우종합기계 강원랜드 등도 목표주가 하향조정 대상에 들어갔다. ◆ 2분기 실적 정점론 확산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 산정기준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올해 또는 내년의 EPS 전망치다. 다른 하나는 수급, 투자심리, 정치여건 등과 시장상황이다. 박윤수 센터장은 "EPS 전망치가 같더라도 시장상황에 따라 목표주가를 수정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EPS를 낮추면서 동시에 적정주가를 하향조정하는 것은 이익모멘텀이 약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실적이 2분기에 피크를 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 하향조정이 해당 종목과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석규 B&F투자자문 사장은 "강세장이든 약세장이든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 변경은 언제나 주가에 후행하게 마련이어서 실제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애널리스트의 목표주가 하향조정은 주가하락의 원인을 사후적으로 확인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