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조치에 따라 금융사들은 올 상반기 결산에서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연체율 증가로 실적이 나빠진 마당에 충당금 기준마저 강화돼 적자를 내는 금융사가 속출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대환대출 등으로 인해 경험손실률이 높은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회사들의 무더기 적자가 예상된다. ◆금감원 실무의견서 어떤 내용인가 금융사들은 그동안 금감원이 정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및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쌓아왔다. 예컨대 대환대출의 경우 3개월 미만 연체채권은 12%(요주의),3∼6개월 연체채권은 60%(회수의문),6개월 이상 연체채권은 1백%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하지만 금감원 의견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부터 금융사들은 이같은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아닌 경험손실률에 따라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예컨대 3개월 미만 대환대출의 지난 1년간 채권 회수율이 60%였다면 충당금으로 40%(총채권-회수율)를 쌓아야 한다. 물론 경험손실률을 따졌을 때의 충당금 적립액이 현행 금감원 기준 충당금 적립액보다 적다면 기존 방식을 따르면 된다. 문제는 지난 1년간 신용카드를 비롯한 개인대출의 채권회수 실적이 극도로 나빴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금융사들의 경험손실률은 높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충당금 추가적립 부담도 커지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험손실률을 산정하는 기간에 대한 규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대출채권 종류에 따라 6개월∼2년 간의 경험손실률을 기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사에 미치는 영향 카드사 저축은행 등 개인대출을 많이 취급한 금융사들의 적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지난해 신용카드와 관련해 적립한 충당금 규모는 총 18조원.카드사 관계자는 "경험손실률을 기준으로 충당금을 쌓으면 통상 충당금 적립액은 기존에 비해 10∼20% 정도 늘어난다"며 "은행과 카드사들은 카드자산과 관련,작년 기준으로 최소 2조원 이상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작년 말부터 경험손실률에 따라 충당금을 쌓고 있는 LG카드의 경우 올 1분기 4조4천억원의 충당금을 적립,금감원 기준(2조원)에 비해 2조원 이상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다. 특히 삼성카드 외환은행 등 대환대출 규모가 큰 금융사들의 추가 충당금 적립부담이 클 전망이다. 이 밖에 소액대출 연체율이 높은 저축은행의 적자도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충당금 적립 기준이 바뀌면 소액대출과 관련된 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 반응 금융사들은 이번 회계기준 변경이 급작스레 이뤄진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하라는 금감원의 취지는 좋지만 바뀐 회계기준에 적응할 만한 충분한 기간을 금융사들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회계담당 실무자들은 오는 25일 은행연합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금감원측에 회계기준 변경 유예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측은 "미국의 금융사들 역시 경험손실률에 따라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국내 금융사들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