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자산이나 수입에 비해 신용카드 사용이 과도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파산법상 면책 불허가 사유인 낭비로 보긴 어렵고 채무자의 입장을 감안한 철저한 심리가 요청된다는 이유로 원심을 첫 파기한 대법원의결정이 나왔다. 이는 우리나라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하면서 개인파산제도에 대한 국민적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면책 불허가 사유인 낭비를 엄격히 해석, 가급적 파산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법원의 의지를 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16일 "카드 사용이 과다했다는 이유만으로낭비를 했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며 김모씨가 낸 파산선고 불허가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면책을 불허가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면책불허 사유인 낭비는 채무자의 지위, 직업, 자산, 영업상태 등에 비춰 사회통념을 벗어난 과다한 소비적 지출행위"라며 "그러나 파산법상 낭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신용카드를 사용, 가계자금 대출 등 1억5천여만원의 채무를지고 있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이 채무는 김씨의 낭비보다는 S정보통신 대표이사로서 회사운영 자금을 지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많은 만큼 별다른심리도 없이 낭비행위라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96년 S정보통신에 입사했던 김씨는 이듬해 1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11월까지근무하면서 회사운영자금, 직원급여 등을 충당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1억5천700여만원의 빚을 지게되자 법원에 파산신청과 함께 면책 신청을 냈다. 전국 법원의 면책 인용건수는 2001년 80건, 2002년 245건, 2003년 974건으로 늘어났고 인용률도 연도별로 각각 67.7%, 77.2%, 89.5%로 2년새에 20%포인트 이상 상승, 면책을 통한 채무자 회생에 대한 법원의 의지가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