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의 반독점법 공포(恐怖)에 떨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준비해온 반독점법이 오는 7∼8월께 공식 제정되면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내 사업운영에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지난 93년 불공정 경쟁을 방지할 필요성에서 출발한 중국의 반독점 법률안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를 거쳐 조만간 공식 법률로 선포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상무부와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은 중국진출 다국적 기업들의 독과점 행태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쳤으며,경쟁을 제한하는 독점행위에 대해 구체적 처벌 규정을 거의 완성해 놓은 상태다.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은 전인대 상무위원회 직속기관으로 공정경쟁,소비자보호 등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반독점법 제정에 대해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는 이유는 독과점 실태조사가 외국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공상총국은 2주일 전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이스트만코닥 테트라팩 등 구체적인 기업명까지 거론하며 "다국적 기업들이 막강한 자금과 기술력을 활용해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독점법만 제정되면 다국적 기업들의 경쟁 제한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와 처벌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보고서는 "MS는 윈도 운영체제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점적 지위를 이용,워드프로세서 제품을 덤핑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름 제조업체인 이스트만코닥은 중국 내 감광재료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고,특히 지난 98년 이후 국영 필름공장 7곳 중 6곳을 인수할 정도로 독점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때를 맞춰 중국 내 관영 TV들도 최근 다국적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잇따라 방영,관련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다국적 기업 임원들은 상무부와 국가공상총국 관리들을 만나 진상 파악에 나섰으며,본국 정부에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실제로 미 법무부 및 연방거래위원회(FTC) 공무원들은 올 들어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반독점법이 어떠한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강의하고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 변호사협회(ABA)와 상공회의소도 각종 의견서를 통해 "중국 정부는 독립성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반독점법 시행 부처를 만들어야 하며,규제조치 시행도 공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