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이 핵심 경영역량 강화와 윤리경영,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경영 혁신'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정부의 경영실적 평가가 공기업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제1의 잣대가 될 뿐 아니라 평가 결과에 따라 임직원 급여의 봉투 두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민영화 등으로 인해 민간 기업과의 무한 경쟁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점도 공기업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경영 혁신에 나서게 하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 상시 자율경영 혁신 체제를 유지하라 기획예산처는 지난 4월부터 인사ㆍ재무ㆍ연구개발 등 각계 전문가 37명이 참가하는 '경영평가단(단장 장지인 중앙대 교수)'을 통해 정부투자기관 등에 대한 경영실적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대상은 정부가 정한 '경영혁신 대상 공기업'으로 정부 투자기관과 정부 출자기관을 합쳐 모두 19곳이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관광공사 농업기반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대한석탄공사 KOTRA 한국석유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13개 정부투자기관과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감정원 한국공항공사 등 6개 정부출자기관이 그 대상이다.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는 오는 6월20일까지 정리돼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이들 공기업은 그동안 확실한 경영성과를 내기 위해 △비핵심 업무에 대한 외부 위탁 △자산매각 등을 통한 경영효율 향상 △지식경영 등 고부가 가치형 경영체제 구축 △고수익성 사업 발굴 등에 힘써 왔다는게 대내외의 평가다. 공기업 관계자는 "이제는 공기업에도 '적당히'가 통하지 않는다"며 "경영 능력이 떨어지는 경영진은 매년 실시되는 실적 평가를 통해 밀려날 수밖에 없어 상시 개혁을 통한 경영혁신이 제1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효율ㆍ투명ㆍ윤리경영이 '키워드' 민간 부문에서 먼저 시작된 윤리경영 움직임도 공기업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투명하면서도 효율적인 공기업 경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윤리경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올초 "유관 업체들의 금품 제공을 거부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 나가자"는 내용의 윤리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한국가스공사도 올해 경영의 주안점을 윤리경영에 두기로 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에너지 관련 공기업으로서 그 위상에 걸맞은 윤리경영을 실천해 세계 일류의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오강현 가스공사 사장은 올초 윤리경영 선포식에서 "윤리경영은 이제 기업경쟁력 확보 차원을 넘어 기업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며 "올해를 윤리경영의 원년으로 삼아 공기업의 구태에서 탈피하고 업무방식에도 경쟁과 자율의 원리를 도입하자"고 다짐했다. ◆ 인센티브 차등화해야 경영평가 후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경영혁신을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공기업학회는 최근 기획예산처 용역 보고서를 통해 "2002년의 경우 인센티브 평균이 월 기본급의 3백7%인 반면 최고치는 3백76%로 69%포인트 밖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인센티브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경영평가제도의 운영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차등 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공기업 경영평가가 단기 업적 위주의 재무적 수익성에 지나치게 치우쳐 국민경제 차원에서 중요성이 큰 투자 활성화와 고용증대 등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공기업평가 심사정책 기준의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3개 공기업의 경영평가 순위와 개별 공기업의 투자ㆍ고용실적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공기업이 투자와 고용증대에는 오히려 소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