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하나 둘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 종점/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쓸쓸한데…' 은방울자매의 '마포 종점'이 나온 건 1967년.당인리발전소의 이름은 69년 11월 서울화력발전소로 바뀌었지만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당인리발전소로 통한다. 한강변 절두산성지 옆,행정구역상으론 서울 마포구 당인동 1번지에 자리잡은 당인리발전소는 29년 8월에 착공돼 30년 11월 1만kW급 1호기가 준공된 국내 첫 화력발전소다. 35년과 56년 2,3호기,69년과 71년 4,5호기가 생겼지만 70년 1,2호기,82년 3호기가 폐기돼 현재는 4,5기만 가동된다. 도심 주택가에 있는 만큼 공해와 대기 오염 방지를 위해 LNG를 연료로 쓰고,질소산화물과 다이옥신 배출을 최소화하는 배연탈질설비를 갖췄다. 굴뚝에 자동측정기를 달아 대기오염물질 배출 정도가 환경관리공단과 서울시에 자동전송되게끔도 해놓았다. 87년 열병합 발전을 처음 시작한 곳도 여기다. 한국의 전력문화사와 국내 화력발전 기술의 집약처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러나 워낙 오래 된 데다 더이상 도심에 화력발전소를 두는 것은 곤란하다는 여론,발전소로서 사실상 수명이 다했다는 지적 등이 거듭되면서 한때 설비를 떼내 동남아 국가에 수출한다는 소문이 퍼진 것을 비롯,오래 전부터 이전이나 전용에 관한 갖가지 얘기가 떠돌았다. 발전소 터를 둘러싼 루머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문화관광부가 이곳을 사들여 공연장 전시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센터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화력발전소를 문화명소로 탈바꿈시킨 대표적인 예는 영국 템스강변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다. 공해 문제로 문닫은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정부와 테이트재단이 나서서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으로 바꿔놓은 곳이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가 유명한 건 좋은 전시작 때문이기도 하지만 발전소의 외형 및 골격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리모델링한데다 템스강과 밀레니엄 브리지,건너편 세인트 폴 성당이 바라다 보이는 기막힌 위치 덕도 크다. 당인리발전소의 입지조건은 테이트 모던 못지 않다. 문화부의 당인리문화센터 건립이 계획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