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사는 양모씨(40)는 인터넷으로 아파트 시세를 살펴보다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했다. 마침 오는 9월 입주예정인 마포구의 한 아파트가 적당한 가격에 나왔길래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직접 방문했다. 그런데 인터넷에 올려진 가격과 중개업소에 나온 실제 호가가 수천만원이나 차이가 나 결국 매입을 포기했다. 이같은 사례가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어 어떤 연유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포구 삼성래미안3차 30평형대 아파트(로열층 기준)의 경우 인터넷에는 실거래가나 호가보다 많게는 8천만원 이상 싸게 매물로 올라 있다. 이 아파트 32평형의 시세나 호가는 4억7천만~4억9천만원에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8일 인터넷에 올려진 분양권 값은 4억1천만원이다. 과거에 강남권 등지에서 재건축아파트 값을 높이기 위해 호가를 부풀려 올려놓던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이유는 주택거래신고 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마포구 D공인중개 관계자는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 실제 거래가보다 낮게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근 용산구가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집값이 하락하는 것을 목격한 터라 더욱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마포구의 일부 재개발아파트 조합원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호가를 낮춰 인터넷에 올리도록 요구할 정도다. 인근 H공인 중개소 관계자는 "용산구가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호가대로 시세를 올리면 매물을 주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왕따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가격을 낮춰 올릴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