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속에서도 기업체들이 연구개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산업계는 한국경제를 이끌 성장동력을 기술 혁신을 통해 발굴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신기술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같은 기업의 신기술 개발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지원 제도를 마련,실시하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지난 93년부터 도입, 실시하고 있는 '국산 신기술 인정제'인 KT(excellent Korean Technology) 마크 제도는 그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다. KT마크는 지난 93년 기술개발촉진법 시행령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 신기술의 우수성을 정부가 인정해 주는 제도다. 과학기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공동 주관하고 있으며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쳐 선정한 기업에 인증서를 수여한다. 지난 98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수여해오다 99년부터는 한 해에 4차례씩 분기별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KT마크 신청대상 기술은 △국내 최초 개발이어야 하고 △시제품 제작 완료 단계에 있어야 하며 △향후 1년 내에 상업화가 가능하며 △가격 경쟁력이나 시장 진출 및 수입대체 효과 등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KT 인정 신기술 제품이 보다 활발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 구매를 확대하고 기술인정 기업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진흥기금 융자를 확대해 주는 등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 KT마크는 최고의 기술보증서 KT마크의 가장 큰 특징은 심사기준이 신기술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심사기준에서 기술성이 평점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NT(신기술 인증) EM(친환경기업) 등 다른 인정 마크는 기술성과 함께 제품의 기능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따라서 KT마크를 활용하면 과학기술진흥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을 대출받을 때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으며 대출조건 평가 때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KT마크를 획득한 기업은 연구 및 인력개발을 위한 설비투자에 대해서도 세액공제 혜택(당해연도 설비투자액의 5%)을 받을 수 있다. ◆ KT마크를 통해 기술의 흐름을 파악 KT마크는 지난 93년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한국 과학기술의 이정표를 제시하면서 기술 발전을 선도해 왔다. 93년부터 지금까지 KT마크를 받은 신기술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기술 발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KT마크 인정 기술들은 상품화를 통해 대부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개발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한 몫을 해왔다. 제정 초기에는 전기전자 및 기계 분야 기술 등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90년대 후반부터는 정보기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비롯한 생명 환경 분야 기술의 KT마크 신청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올 2분기에도 이같은 흐름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생명공학 분야 연구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올 2분기중 대기업들이 KT마크를 받은 10개 기술 가운데 절반 이상인 5개가 생명공학 분야에서 나왔다. ◆ KT마크는 중소기업 기술개발 촉매제 KT마크 출범 당시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은 보잘 것 없었다. 첫 신청을 받은 지난 93년까지만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KT마크 획득 건수는 68 대 38로, 대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KT마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96년부터는 63 대 72로 오히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앞질렀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97년에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7배인 7백43건을 신청하기도 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