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관광버스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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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음주가무 문화는 뿌리가 깊다.
삼국지 위지(魏志) 동이전에는 우리 민족이 놀기 좋아하고 음주가무에 능한 것으로 기술돼 있다.
임금과 백성이 함께 어울려 즐겼다는 얘기도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부여 고구려 동예 등 고대 삼한시대에 일종의 종교의식인 제천의식과 농경의례를 수행하기 위해 마을 단위로 술을 빚어 가무를 즐긴 것이다.
이를 두고 신라시대의 문장가 최치원은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깊고 오묘한 도(道)가 있으니 이름하여 풍류다"라고 했다.
우리 민족의 특성을 지칭하는 이 '풍류'에는 노래와 춤,음주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러나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으로 명절을 쇨 수 없게 되면서 풍류는 서서히 시들어 갔다.
해방 이후에는 6·25 등의 전란과 정치적 불안으로 음주만이 성행했는데 허무한 심정을 달래는 데는 술이 제일이었다.
경제개발로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흥취는 되살아났다.
농한기 때 풍물소리에 맞춰 들썩이던 어깨춤이 전세 낸 관광버스안에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뽕짝 노래에 맞춰 양쪽 엄지를 치켜들고 어깨를 좌우로 흔들면서 추는 춤은 흥겨움 그 자체다.
아무리 '몸치'라 해도 '관광버스 춤'만은 따라할 수 있어 우리 놀이문화로 여겨질 정도가 됐다.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라 해서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에 등록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앞으로 관광버스안에서 술마시고 춤추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 무거워진다는 소식이다.
운전자에게는 차안의 음주가무를 방조했다 해서 범칙금을 대폭 올리고,지금까지는 처벌대상이 아니었던 승객도 5만원의 범칙금을 물린다고 한다.
격렬한 관광버스 춤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취지임은 물론이다.
칠순잔치나 결혼식 등에서,아니면 새참에 마신 술 한잔에 어영부영 벌어지는 게 우리네 춤판이다.
그중에서도 관광버스 나들이는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먼 거리를 여행한다는 점에서 가장 정서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제는 운전자의 정신을 산만케 하는 몸짓은 그만두고 자리에 앉아 흥겨운 노래로 대신하면 어떨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