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까르푸서 철수] "밑지며 납품못해" "싸야 팔린다"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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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까르푸 분쟁'은 제조회사와 유통회사 간에 납품가격을 놓고 벌여온 힘겨루기가 불황기를 맞아 표면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번 분쟁을 전체 제조회사와 유통회사 간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불황으로 제조회사들은 매출 부진에 원가 인상 요인까지 겹쳐 유통업체들의 납품단가 인하 내지 유지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CJ가 제품 회수와 납품 중단이라는 강수를 던진 것도 이번 기회에 유통업체들의 납품가격 인하ㆍ유지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까르푸도 CJ에 밀리면 다른 납품 업체들의 요구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결국 양측은 협상을 거듭한 끝에 거래 중단이라는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 불만 쌓이는 제조社 >
할인점에 납품하는 제조회사들의 불만은 최근 불황 여파로 폭발 일보 직전이다.
할인점들이 '저가 판매=소비자 이익'이라는 명분만 내세워 제조회사들에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제조업체들은 항변한다.
불황으로 매출이 줄어들고 유가 인상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져 가격을 오히려 올려야 하는데 유통회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 인하ㆍ고수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회사들은 할인점들의 저가 납품 요구 이면에 '최저가격 보상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저가격 보상제는 '낮은 납품가→이윤 하락→함량ㆍ원료 조절→질 저하→소비자 불만→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유발한다고 제조업체들은 주장한다.
최근 할인점의 할인행사에 참여한 한 납품업체는 저가 납품 때문에 규정 제품보다 함유량이 적은 이벤트용 제품을 별도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가격을 맞추기 위해 중량을 줄이는 편법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제조업체들은 최저가격 보상제가 힘 있는 브랜드보다 힘 없는 브랜드에 더 큰 피해를 주는 차별제도라고 비난한다.
CJ와 같은 힘 있는 브랜드는 할인점의 '횡포'에 맞서 납품 중단이라는 강수를 던질 수 있지만 힘 없는 중소 브랜드는 할인점 납품이라도 해야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처지라는 것이다.
S식품업체 관계자는 "중소 브랜드들은 할인점에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납품해 이윤을 남기기는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 무한경쟁 유통업체 >
할인점들은 가격을 내리기 위해 힘을 쏟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져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할인점들이 가격 파괴에 나선 것은 내수가 침체되기 시작한 지난해 3월이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지난해 3월초 1천개 품목에 대해 평균 10% 정도 가격을 내리면서 업계에 가격 파괴 경쟁을 촉발시켰다.
특정기간 값을 깎아주는 할인판매 행사가 아니라 한 번 내린 가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할인점업계는 물론 제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났다.
이후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최저가격 보상제'를 명분으로 곧바로 가격 인하에 들어갔다.
메이저급 할인점들이 가격 파괴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력의 원천이 '싼 값'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을 내리는 방식이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를 압박해 무리하게 마진을 줄이도록 종용하면 갈등이 생긴다.
한국까르푸 고승태 이사는 "리베이트 규모를 놓고 CJ와 마찰을 빚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할인점업계 관계자는 "같은 외국계라도 유독 까르푸만 납품 업체와 갈등을 빚은 것은 프랑스 본사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신념이 지나치게 강한데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ㆍ고기완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