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P-CBO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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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비율을 조금만 더 낮춰주십시오."
"안됩니다.예전에 합의한대로 상환해 주십시오."
서울 여의도 기술신보 서울사무소 10층 투자관리팀에는 요즘 이런 내용의 통화가 끊이질 않는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원리금 상환비율을 둘러싸고 만기가 돌아오는 중소·벤처업체들과 P-CBO를 보증한 기보간에 벌어지는 공방이다.
업체들은 상환비율을 낮춰 한 푼이라도 덜 갚으려 들고,기보는 최대한 받아낼 수 있는 데까지 받아내기 위해 거의 하루종일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기보는 지난 2001년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8백50개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모두 2조3천1백5억원의 P-CBO를 발행했다.
문제는 상당수 기업들이 경영환경과 수익구조 악화에 따른 자금난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올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
이로 인해 첫만기가 돌아오는 이달부터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5월 벤처대란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는 일단 현실화되지 않았다.
기보가 원리금을 다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들에 대해 은행에서 돈을 빌려 갚을 수 있도록 보증을 서주었기 때문이다.
'일반보증 전환'으로 만기를 1년 연장해준 셈이다.
기보는 사실 지난해 말부터 일반보증 전환을 염두에 두고 개별 업체들과 상환비율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달 초 정부의 '일반보증 전환'방침이 공식화되면서 협상은 '싸움'수준으로 비화됐다.
업체들은 못갚겠다고 버티고,기보는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보는 이달 돌아온 만기의 상환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앞으로 업체들과 벌일 싸움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중소·벤처업계의 자금사정이 급속히 호전되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말까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싸움을 지켜봐야 하니 착잡할 뿐이다.
송태형 벤처중기부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