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집권2기의 핵심 관심사인 노사정책의 큰 틀이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15일 청와대 직무복귀 후 경제개혁의 입장을 단호하게 밝혀 정부와 재계,정치권 사이에서 일었던 성장과 분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노대통령은 정부의 각종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 사회정의와 통합차원에서 분배쪽으로 흐를 것임을 밝혀 앞으로 노사문제등 각종 경제에개혁의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18일 노무현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재계와 경제부처가 반대해온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을 통과시켜 개혁의지를 확인시켰다. 그렇다면 노 정권이 고(高)유가에 중국 쇼크,미국 금리 인상설까지 겹쳐 나라 경제가 휘청거리는 마당에 분배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 관계자들은 그 이유로 함께 사는 사회를 건설해야 사회적 비용이 덜 든다는 점을 들고 있다. 사회 정의와 평등 원칙에 따라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근로자,노인,장애인,여성,외국인 등의 차별을 철폐해야 계층간 갈등이 적어져 경제도 회복된다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담화에서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중소기업 영세상인 비정규직과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렵다.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임을 재확인시켰다. 노 대통령은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 중에 의도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은 것 같다"며 개혁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개혁 의지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도 강력하다. 그는 "사회가 안정을 찾으려면 계층간 격차를 줄여야 가능하다"며 "특히 비정규직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일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비정규직의 임금이 낮은 나라는 없다"며 "사회적 형평성과 효율적인 인력관리를 위해서라도 근로자끼리의 임금격차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계층간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사회 안정을 도모하자는 뜻이다. 이러한 취지에는 재계도 공감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혁신 주도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현 정부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잃어버려 세계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사실 참여정부 들어 개혁 바람을 타고 DJ정권 때 보류된 개혁법안들이 잇따라 입법화됐다. 주5일 근무제와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제 등 노사간 팽팽한 힘겨루기로 노사정위원회조차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쟁점들이 어렵지 않게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출범 초기 분배와 사회 정의를 국정과제의 최우선에 내세웠던 정부가 차츰 경제 침체 장기화와 집권에 대한 책임감 등으로 성장 위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은 개혁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사실 정부의 정책 기조를 보면 분배에 대한 집착이 더욱 강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역할을 최대한 보장하되,개혁과 관련한 모델은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을 비롯한 개혁 세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개혁·분배론'을 강조하는 이정우 위원장에게 무게추가 옮겨가고 노 대통령의 리더십 확보를 위해 개혁 색채를 분명하게 내세울 경우 의외로 이 부총리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경제부처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현 정부의 개혁정책 기조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총리 등 경제부처 장관들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반대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노동시장을 왜곡해 나라 경제에 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어떻든 노동현장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