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kim1127@kicox.or.kr 옛날 나이 많은 노인 아홉분이 오래도록 장수했다는 데서 유래한 '구로동'. 이 동네에 이제 구로공단은 없다. 서울지하철 2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시민이라면 내일이라도 구로공단역을 지날 즈음 남쪽 차창을 눈여겨 보면 알게 된다. 대형 타워크레인이 즐비하고 최신 고층 벤처타워가 숲을 이루 듯 한창 들어서고 있는 낯선 공사현장들이 펼쳐진다. 바로 단지의 스카이라인을 바꿀 정도로 변신 중인 디지털밸리의 모습으로 예전의 '굴뚝공단' 모습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수많은 동네 가운데 이곳 '구로동'만큼 격변의 역사를 겪은 곳도 드물지 않을까. 산업시설이나 자본이 완전 황무지나 다름 없던 1960년대 초반 재일동포 등을 유치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공업단지로 서울 구로동에 첫 삽을 든 구로공단. 가히 국가적 사업으로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주역이 됐다. 한때는 국내 수출의 10%를 담당할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수출역군' 구로공단은 80년대 들어 급속한 쇠락도 맛보았다. 경공업 중심의 노후화된 단지 경쟁력으론 더이상 버텨내기 힘들었다. 굴뚝산업의 대명사로,여공이 많이 일하던 회색빛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 12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자기변신을 시작한 지 불과 3년여 만에 첨단 벤처타워와 IT벤처기업들에 '점령'당하는 도시형 첨단 디지털단지로 탈바꿈하게 됐다. 수도 서울 한복판에 소재한 유일한 국가산업단지이기에 지식기반시대를 맞아 무엇보다 우수한 고급 인력을 구하기 쉬워서다. 오는 2006년까지 연구개발(R&D)분야 고급인력을 중심으로 신규 일자리가 4만5천개 가량 창출될 것으로 예상돼 한마디로 눈부실 정도다. 요즈음 '구로공단역'에서 내려 서울디지털단지로 출퇴근하는 넥타이부대들은 마음 속 걱정거리 하나를 덜게 됐다. 얼마 전 서울시지명위원회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역명을 바꿨기 때문이다. '테헤란밸리'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공돌이'냐고 놀려 기분이 나빴다는데 이젠 디지털로 무장한 세계 속의 'G-Valley'(구로밸리)라는 소중한 연대의식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장수마을 구로동이기에 수도권 '산업클러스터 1번지'로 거듭나는 이른바 'G-밸리'의 꿈(★)도 상서로운 필연이 되리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