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 미납사실이 드러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로 내정됐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이 17일 자신의 국민연금에 미가입 사실을 공개하고 대표직 수락의사를 전격 철회하는 승부수를 던짐에 따라 국민의 시선은 다시 고이즈미 총리에게로 쏠리고 있다. 오자와 대행은 국회의원의 연금 가입이 의무화되기 이전인 1980년 4월부터 6년간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의 미가입 기간과 완전히 일치하는 셈이다. 오자와 대행은 "법적 책임은 없다"면서도 "사회보장제도 확립을 추진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적 책임까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정치 책임론'이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정치적 책임은 "전혀 없다"는 고이즈미 총리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14일 자신의 연금미납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중의원 의원당선 이전 시기를 포함해 "(미납은) 없었다"고 밝혀오다 한 주간지의 취재로 전모가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먼저 털어놓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날 동시에 피랍 일본인의 북한 잔류가족 귀국을 위한 북한 재방문계획이 터트렸고 관심은 분산됐다. 이는 이틀뒤 아사히(朝日) 신문의 조사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다'면서도 정작 '총리사퇴' 여론은 20%선에 그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일본 언론에서 '물귀신' 작전으로 표현되는 오자와 대행의 전격 사퇴는 이같이 흐트러진 여론을 새삼 고이즈미 총리에게 쏠리게함으로써 사퇴압력을 고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고이즈미 총리는 오자와 대행의 대표직 수락의사 철회에 대해 "나는 그가 왜 철회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파문의 확산을 차단하고 나섰다. 그러나 오자와 대행의 승부수가 정치적 책임론을 점화시킬 경우 사태의 진전은 점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22일 방북 정상회담을 통해 잔류가족의 귀국을 성사시킴으로써 정치적 파고를 넘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연금 도미노'에 대해 "마녀사냥"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성토와 아직까지는 우호적인 여론, 오자와식의 정치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등도 고이즈미 총리의 버티기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인 공산당의 이치다 다다요시(市田忠義) 서기국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의 연금 임의 가입 시기와 의원이 되기 전 시기의 책임까지는 묻지않겠다"며 고이즈미 총리의 연금 미가입을 정치쟁점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