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텔레콤 포스코 등 한국 간판기업의 기업가치가 외환위기때보다 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업들은 올들어 당시보다 수십배에 달하는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탓에 실적대비 주가는 당시보다 더 싸게 형성되고 있다. 17일 우리증권이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29개 업종 대표종목(금융회사 제외)을 분석한 결과,14개 기업의 올해말 예상 EV/EBITDA가 지난 97년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EV/EBITDA는 자기자본과 타인의 자본을 동원해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익규모 대비 주가수준을 나타내는 PER(주가수익비율)의 경우도 조사기업중 19개 회사가 97년 당시보다 낮았다. 실적이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할 때 업종대표주의 주가는 외환위기 때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떨이'수준의 주가 삼성전자의 주가는 외환위기가 시작된 날인 지난 97년 12월3일 4만1천9백원이었다. 그로부터 6년6개월이 지난 현재 49만1천5백원으로 12배가량 올랐다. 그러나 이익규모를 감안하면 주가가 올랐다고 말하기 어렵다. 올해말 삼성전자의 추정 주당순이익은 7만4천4백69원.97년말 당시 주당순이익(1천77원)보다 7백배 이상 늘어났지만 주가는 겨우 12배정도 뛰는데 그쳤다. 삼성전자의 EV/EBITDA는 올해말 3.2배로 외환위기 당시인 97년말 3.6배보다 낮다.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현대자동차 신세계 현대산업개발 등 대부분 업종대표주도 EV/EBITDA가 외환위기 당시를 밑돌고 있다. ◆지속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국내 대표주의 저평가 현상은 일시적이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저평가의 정도가 개선되기는커녕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1년 EV/EBITDA가 7.8배였다. 하지만 다음해에 5.8배,작년에는 4.2배로 줄더니 올해말에는 3.6배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포스코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긴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에스원 등 대부분 종목이 2001년을 정점으로 내려가는 추세다. 주가의 저평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투명성 제고나 구조조정 등을 통해 환골탈태했지만,기업외적 요소들은 변한 게 없다는 설명이다. 불안한 노사관계,정부정책의 혼선,반기업적 사회풍토 등으로 기업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들이 자금력 부족 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서 이유를 찾는 분석도 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 -------------------------------------------------------------- ◆용어설명:EV/EBITDA:영업활동을 통한 이익대비 기업가치.EV(Enterprise Value)는 시가총액에 순부채를 더한 것으로 기업을 매수할 때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말한다.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는 세금과 감가상각비를 공제하기 전 이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