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라크 수감자 가혹행위에 대한 비난이 들끓는 가운데 11일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미국에 `도덕적 지도력'을 회복하라고 촉구했다고 독일 언론이 전했다. 피셔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미군이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이라크인들을 학대한 화면을 보고 정말로 충격받았으며 굴욕감에 몸을 떨었다"고 말했다. 피셔 장관은 이어 미국은 이라크 수감자 학대를 조사해 책임자들을 반드시 사법심판대에 세우고 평화와 법의 지배, 민주주의와 자유 등 핵심적 가치와 도덕적 지도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셔 장관은 또 2차대전 당시 미군이 독일 나치 정권을 패배시킨 일을 회상하면서 미국의 지도력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셔 장관은독일은 "미국의 신뢰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서구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파월 장관은 "우리 병사들이 그런 행동에 연루된 것은 우리가 모두매우 통탄할 상황이며 미국으로선 고통이라는데 두 사람의 의견이 같았다"면서 철저하게 조사해서 당사자를 사법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피셔 장관이 이처럼 미국 국무장관 면전에서 미군의 행위를 매우 강력한 어휘를사용해 규탄한 것은 내달 유럽의회 총선을 앞두고 독일 적녹연정이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반전과 평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피셔 장관은 미국을 유일한 세계 지도력을 가진 나라로 치켜세움으로써양국 관계가 다시 냉각하는 사태를 피하고 중동문제와 대테러전과 관련해 미국과 협조를 통해 독일의 외교 입지를 넓히려는 노련한 전략을 구사했다고 독일 언론은 평가했다. 피셔 장관은 12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만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충돌 등 중동문제 해결책 등을 논의하고 이달 말 베를린에서 러시아와 하는 회담에 미국도 합류하는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다. 한편 독일 집권 사민당의 프란츠 뮌터페링 당수가 전날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국방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정부 각료들도 미국 비판 대열에 나섰다. 오토 쉴리 내무장관은 미군의 이라크 수감자 학대는 "이슬람의 마음을 사려는노력을 훼손하며, 이를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국제적 대테러전에 매우 심각한타격"이라고 밝혔다. 브리기테 쥐프리스 법무장관은 국제형사법원(ICC) 조약에 서명하라고 미국 정부에 촉구하고 "점령군의 이라크인 인권침해는 기본권의 세계화를 위한 전쟁이 얼마나중요한 지를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