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안정 대신 개혁을 선택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초 '안정속의 개혁'을 기치로 한 5선의 이해찬 의원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선명성과 개혁성을 전면에 내세운 천 의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특히 천 신임대표가 중도진보 개혁노선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개혁과제들의 추진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바람'거세질 듯=천 대표의 승리는 당내 '개혁과 세대교체'의 바람이 드세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천 의원 승리의 원천이 다름 아닌 1백8명이나 되는 초선 의원들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초선반란'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소장파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소장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천 대표의 대표당선 일성도 개혁이었다. 그는 "부단한 개혁을 통해서만 안정을 이룰 수 있다"면서 "열린우리당이 국민으로부터 받은 지지와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첫째도 개혁,둘째도 개혁,셋째도 개혁"이라며 개혁드라이브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당장 언론·사법개혁과 국가보안법 개폐문제 등 개혁과제들이 17대 국회 전반기에 탄력을 받아 추진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는 "언론개혁을 포함한 중요한 개혁과제들은 정권초기 강력한 힘이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즉각적인 개혁을 시사했다. 아울러 국회직 인선에서도 선수파괴 등을 통한 개혁인사의 중용이 예상된다. 그는 이미 "선수파괴 운영원칙을 도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상향식 국회 상임위 운영과 명실상부한 정책정당 구현,국회의 의정활동지원체계 강화 등 근본적인 개혁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풀어야 할 과제=청와대가 당·정분리를 강조하고 있는데다 당 개혁도 중앙당 축소를 통한 원내정당화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원내대표의 위상은 한층 강화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제까지 폐지되는 상황인 만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국운영이 한층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힘이 실린 천 대표가 풀어야할 과제 또한 적지않다. 무엇보다 상생의 정치가 요구되는 대야관계와 특히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1백52명의 당선자들을 한데 묶는 통합의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지가 숙제다. 경륜이 부족하고 대야 협상능력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원칙론에 지나치게 얽매여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쟁점으로 불거질 이라크추가 파병문제가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인 악까지 겹친 경제·민생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