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외국 자본의 국내 금융산업 진출은 소매금융업 중심의 '멕시코형'으로 진행되고 있어 금융 선진화의 계기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일 '외국자본의 멕시코ㆍ영국 금융산업 진출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투자은행 관련 규제를 완화해 외국자본도 기업금융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보고서는 "멕시코는 6대 시중은행 중 5개가 외국계이며,외국인이 전체 은행 지분의 83%를 보유할 정도로 금융개방이 진행됐지만 외국계 은행들이 소매금융업에만 주력하고 기업대출은 외면해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최근 멕시코 경제는 세계 경제의 뚜렷한 회복기조에도 불구,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지난 1976년 외환위기 이후 투자은행업을 위주로 금융산업 개방을 성공적으로 진행, 일본에 내어준 세계 제2금융시장의 지위를 회복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국의 경우 시중은행 7개중 3곳(제일 한미 외환)이 외국자본에 넘어 갔으며, 시중 은행(우리금융 제외)의 외국인 평균 지분율은 4월 말 현재 60%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들은 모기지론 프라이빗뱅킹 카드 등 소매금융시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어 멕시코의 경우와 비슷하다는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개방이 국가경제 및 금융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영국처럼 외국자본이 투자은행업 쪽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권고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는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국내 증권사의 투자은행화를 서두르는 한편, 우리금융지주회사를 국내 자본이 인수할 수 있도록 조속히 국내 사모펀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