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이 추진해온 충남 아산의 '탕정 기업도시'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현행법(산업입지 및 개발법)상 민간의 도시개발(아파트 일반분양 등)이 금지돼 있는 데다 향후 불거질 수 있는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경련이 지난 2월 제안한 기업도시 구상에 대해 '적극 지원하되,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과 충청권은 안된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탕정 기업도시 왜 무산됐나 삼성전자는 지난달 19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 갈산ㆍ명암ㆍ용두리 일대 98만6천여평에 기업도시를 조성하겠다며 이곳을 '탕정 제2지방산업단지'로 지정해줄 것을 아산시를 통해 충남도청에 공식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신청서에서 공업지역(전체면적의 42.8%)에는 반도체, 통신기기, 방송장비, 영상ㆍ음향기기 업종을 유치하고 주거지역(38.8%)과 상업지역(5.9%)은 임직원과 협력업체, 일반인에게 분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주거지역에는 아파트 1만1천4백14가구를 지어 7천3백51가구는 협력업체와 일반인들에게 분양하고 나머지 4천63가구는 임직원들에게 분양한다는 계획이었다. 충남도청은 이에 따라 곧바로 건설교통부와 산업단지 지정을 위한 협의에 착수했지만 건교부가 난색을 보이자 지난 1일 협의 요청을 자진 철회했다. 현행법상 민간이 산업단지를 개발할 경우 택지나 아파트를 분양할 수 없다는 건교부의 입장을 충남도청이 받아들인 셈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산업단지를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개발(공영개발)할 경우에는 아파트 등을 일반인에게 분양할 수 있지만, 민간이 직접 개발할 때는 기숙사 형태의 사원용 주택만 지을 수 있다"며 "삼성이 직접 개발한 인근의 탕정 테크노콤플렉스에도 현재 사원주택만 들어서 있다"고 말했다. ◆ 특혜 시비 논란도 부담 건교부가 탕정 기업도시 조성을 불허키로 한 데는 자칫 두고두고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했다. 이미 경부고속철도 천안·아산역을 끼고 1백7만평의 아산신도시 1단계(배방지구) 사업이 진행 중인 데다 나머지 2ㆍ3단계(7백79만평) 개발구상 용역도 거의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완료하려던 아산신도시 2ㆍ3단계 사업을 조기 개발키로 하고 현재 국토연구원에 개발용역을 맡겨 놓은 상태로 하반기중 용역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 등을 거쳐 택지개발지구 지정에 들어갈 방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탕정산업단지 내 근로자용 주거시설은 아산신도시를 개발하면 단체 또는 특별공급 등을 통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며 "정부가 몇 년 전부터 개발 방침을 내놓은 마당에 특정 기업에 토지수용권 등을 포함한 개발권을 줄 경우 특혜 시비가 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 최종 협의 결과 주목 정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탕정산업단지 지정 신청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당사자인 삼성은 물론 정부나 충남도청 등 이해관계자 모두 투자활성화를 위한 산업단지 조성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기업도시는 불허하되,산업단지로 지정하는 것은 허용하겠다는게 정부의 기본 원칙인 만큼 삼성의 LCD단지 조성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청 관계자도 "이르면 이번주중 개발계획을 일부 조정해 건교부와 최종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혀 탕정산업단지 개발 방향은 이달 안으로 최종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