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장이냐,민자역사냐.' 할인점 업체들이 새 점포 개발을 둘러싸고 치열한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테스코와 롯데마트는 '월드컵 경기장 찬양론'을 펼치고 있는 반면,이마트는 '역사(驛舍) 예찬론'으로 맞서고 있다. 경기장과 역사가 할인점 자리로 급부상한 것은 점포 지을 땅이 바닥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월드컵 경기장이 최고다 월드컵 경기장이 할인점 입지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서울 상암구장에 들어선 까르푸 매장 때문. 경기장 관람객들에게 '까르푸' 브랜드를 자연스레 알리는 것은 물론 인근 아파트 단지 등 배후 상권이 워낙 탄탄해 까르푸 점포 중 '최고 효자 점포'로 자리잡았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도 이를 벤치마킹,월드컵이 치러진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 점포를 냈다. 지난 3월에는 롯데마트가 광주 경기장,최근에는 삼성테스코가 수원 경기장 사업권을 각각 따냈다.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할인점 부지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확보했다고 해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인·허가 받기가 쉽지 않다"며 "월드컵 경기장은 이런 두 가지 어려움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민자역사가 경기장보다 낫다 이마트는 업계 1위 업체이면서도 월드컵 경기장을 수주하지 못했다. 하지만 민자역사 1곳(부천역)을 운영하는 데 이어 4곳(용산역 죽전역 의정부역 왕십리역)의 사업권을 따냈다. 경쟁업체들은 한 곳의 사업권도 얻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역사에서는 이마트를 찾으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나올 판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민자역사 역시 부지 확보와 인·허가가 쉽다는 장점 외에 엄청난 유동인구와 상권 발전 가능성이 높아 할인점에는 매력 넘치는 입지"라고 설명했다. ◆사업성 평가는 제 각각 이마트는 최근 광주와 수원 경기장 입찰에 참여했지만 사업권을 따내겠다는 의지는 강하지 않았다. 이마트는 "수원의 경우 입찰 예정가가 3억원이었는 데도 33억원을 써낸 삼성테스코가 따냈다"며 "과다한 임대료 때문에 사업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은 "이마트가 경기장에 들어가는 점포를 싫어해 입찰가를 적게 써냈다"며 "민자역사를 독차지하게 된 것도 1위 업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힘입은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할인점 시장이 정점을 치닫고 있는 마당에 경기장과 역사 중 어느 곳이 업체에 효자노릇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