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컨설팅 펌(consulting firm)이 재계 2,3세들의 '경영 아카데미'가 되고 있다. 과거 은행 등 금융기관을 거쳐가던 재계 2,3세들이 요즘들어 부쩍 컨설팅 펌을 선호하는 것은 단순한 재무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 기획 조직 등 경영전반의 노하우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컨설팅 펌을 거쳐갔거나 근무 중인 국내 주요그룹의 2,3세들은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3남 조현상 효성 상무(베인&컴퍼니),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씨(AT커니),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외아들 김남호씨(AT커니),LG벤처투자 구자두 회장의 장남 구본천 LG벤처투자 사장(맥킨지) 등이다. 이들은 주로 대학 졸업 후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미국 경영대학원(MBA) 등을 거쳐 그룹 중역으로 입사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재계 주니어들이 외국계 컨설팅 회사를 '경영 아카데미'로 삼고 있는 것은 다양한 경영 노하우를,그것도 '남의 돈'으로 익힐 수 있기 때문. 특히 다양한 기업과 산업을 다루는 컨설팅회사의 특성상 남의 회사 경영 상황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 지사를 두고 있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면서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업 경영이 글로벌화하면서 세계적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미래의 글로벌 파트너들 앞에서 '말발'을 세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조현상 상무(브라운대학 경제학과 졸업),박세창씨(MIT대학 MBA 과정 중),김남호씨(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 경영학과 졸업),구본천 사장(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등이 모두 외국 유학을 거쳤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인맥 및 경력 관리도 재계 주니어들이 컨설팅 회사를 선호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젊은 브레인들이 대거 몰려있는 컨설팅 회사의 특성상 앞으로 재계를 움직일 리더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 또 향후 그룹 내에서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객관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경력이 된다는 이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컨설팅 펌 근무는 재계 주니어들이 선호하는 미국 경영대학원(MBA)에 진학하는데 더 없이 좋은 경력으로 사용되고 있다. 컨설팅 회사 입장에서 국내 주요 그룹을 잠재적인 고객사로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재계 2,3세들의 컨설팅 펌 입성을 쉽게 하고 있다. 실제로 조현상 효성 상무는 지난 2000년 효성 전략본부 이사로 입사하면서 베인&컴퍼니가 효성의 마케팅 전략 수립,e비즈니스 구축 등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컨설팅 회사 인사담당자는 "아무래도 2,3세들이 프로젝트 수주에 도움이 되는 만큼 입사전형시 이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간의 관계나 네트워크도 비즈니스의 일부라는 점에서 이를 이상하게 볼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