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이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예사롭지 않다. 급증하는 이혼과 생활고 속에 무참히 파괴되는 가정이 늘어간다. 자칫 소홀하기 쉬운 가족들을 꼼꼼히 챙겨볼 때다. 특히 삶의 관성에 떠밀려 무관심하기 일쑤인 아내와 남편을 돌아보도록 하자. 21일은 국가기념일로 처음 지정된 부부의 날. 신세계 이인균 상무는 본사 요청에 따라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지상에 공개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배어 있는 이 편지를 읽으며 평소 못했던 얘기를 적어 아내에게 전해보자. ------------------------------------------------------------------------- - 이인균씨(신세계이마트 상무)가 아내 이금형씨(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에게 "여보! 다음엔 내가 내조할게." 큰애가 벌써 대학교 4학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하나가 없는 반쪽의 모습으로는 못사는 사이'였기에 인생을 함께 하자고 백년 언약을 한 지 어느덧 20여년의 세월이 흘렀구려. 가정의 달을 맞아 잠시 일상을 멈추고 부모님, 아이들,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에게 못다한 말을 이렇게 적어봅니다. 일반 여성들과 달리 '평범하지 않은 여자의 길'을 걸어 나가며 주변 많은 사람들의 입가에 당신 이름이 기억되고, 크고 작은 역풍과 많은 언덕을 넘으면서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당신이었기에 얼마나 심신의 노고가 많았는지 잘 알고 있소. 욕심이 많아 아이를 셋이나 낳았고, 모두 딸이긴 하지만 아들보다 더 잘 키우겠다고, "나보다 더 나은 여성 지도자로 키우겠다"며 학교 학원 친구교제까지 극성을 부린 덕에 아이들이 큰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는 것도 모두 당신 몫으로 돌리고 싶소. 살림과 아이들 양육을 돌봐주시는 시어머님께 늘 마음 속으로 죄송해 하면서 아침,저녁, 휴일 촌음을 아껴서 살림을 도와드리는 당신의 갸륵한 효심이 자식 못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일선 경찰서장, 여성ㆍ청소년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 아동, 노인분들의 아픔을 늘 달래주고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볼 때는 민중의 지팡이로서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박수를 보냈었지요. 여보! '경찰청의 대처' '여성 불도저'라는 닉네임을 들으며 일에 몰두하는 당신의 열정과 추진력을 보면서 너무도 자랑스럽고 뿌듯하지만, 사람들의 관심 한 가운데 있는 당신은 얼마나 많은 고뇌와 갈등이 있을지 때로는 남편으로서 미안할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 밑에서 자식으로 30년, 가족과 함께 하며 부모로 또 다른 30년이 지나면 우리 둘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인생 30년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이 사회에 봉사하며 당신만을 위해 살겠습니다. 그리고 이 다음에 다시 태어나, 당신을 다시 만날 때는 '아내 어머니 며느리 직장인'으로서 1인 4역을 하는 당신의 힘든 역할을 내가 바꾸어 맡아서 당신을 내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