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캠퍼스 방문이 잦다.


특강 형식을 빌어 경영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학생들에게 전해주기 위함이다.


CEO들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얻은 경영지식과 노하우는 교과서에서 얻기 힘든 산지식으로 학생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선진 기업경영 기법과 철학을 확산시키기 위해 성공한 기업의 CEO들이 대학가에서 특강한 내용을 지면을 통해 전한다.


첫회의 주인공은 한국 후지제록스의 다카스기 노부야(61) 회장.


최근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석사(MBA)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후지제록스 사례로 보는 품질경영'을 소개했다.


"한국이 동북아 경제허브가 되려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는게 그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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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중 가장 중요한 것이 '동북아 경제 허브화'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지난 99년부터 외국인 투자가 크게 줄어든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를 중국의 개방에 따른 현상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 있다고 본다.


전통적인 강성 노조와 탄핵 정국과 같은 정치 불안, 외환위기를 겪은 경제불안국이라는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한국의 강점인 '개발과 생산을 일체화할 수 있는 제조업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해야 한다.


컨설팅 회사 부즈 앨런의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의 기술과 중국의 가격 경쟁력 사이에서 곤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보다 연구개발(R&D) 능력이 좋고 일본보다 생산비가 저렴해 개발과 생산을 모두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후지제록스의 경우 한때 일본 본사에서 모든 생산기능을 중국으로 이전하려 했었다.


그러나 한국이 갖고 있는 연구개발 및 생산에서의 장점을 내세워 설득했다.


현재 복사기에서 가장 기술집약적인 부분은 일본에서 개발하고 한국은 주변기기 생산을 맡고 있으며 임금이 싼 중국에서 조립ㆍ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이는 동북아 3국 모두의 장점을 살린 것이다.


생산기지를 유지하면서 한국 후지제록스의 2004년 수출액은 1천3백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작년(5백80억원)보다 1백25%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국의 장점을 부각하려면 R&D 투자를 늘리고 제조업의 중요성을 일깨워야 한다.


삼성전자 등 한국 10대 기업의 R&D 비용을 다 더해도 일본 1위인 도요타자동차에 미치지 못하는게 현실(2001년 기준)이다.


둘째, '고품질 국가' 이미지가 필요하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등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한국은 고려시대 팔만대장경 등을 통해 완벽한 품질을 선보였다.


그런 장인 정신을 살려 '품질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한국 후지제록스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 부족을 '품질보증 시스템'을 구축해 극복했다.


그 결과 98년 1백49억원에 그쳤던 수출이 지난해 5백80억원에 이르렀다.


셋째 '강성 노조'의 이미지를 없애야 한다.


외국인이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노사 분쟁이다.


한국의 재벌은 경제발전을 가져왔지만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 못해 경영이 불투명해지기 쉬웠다.


투명한 경영을 통해 노사 신뢰를 쌓으면 노사문제가 사라지리라고 확신한다.


지난 98년 한국에 부임했을 때도 노조의 높은 벽에 부딪쳐야만 했다.


경영이 나빠 보너스를 줄 수 없다고 하자 노조에서 크게 반발했다.


그때 현장으로 달려가 직원들과 가슴을 열고 대화를 나눴다.


투명경영과 노사대화 노력속에 한국후지제록스는 3년 연속 교섭 없이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한국의 낮은 생산성도 문제점이다.


한국의 생산성은 세계 30개국중 30위(스위스 IMD 보고서)이다.


한국후지제록스 역시 생산성은 아직도 낮다.


한국후지제록스를 통해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한국 회사다.


직원들과 함께 갈 것이다.


왜 생산기능을 중국으로 넘기고 고용을 줄여야 하는가.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좋아진다면 모두 해결될 수 있다.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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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스기 노부야는 ]


다카스기 노부야 회장은 경영난에 허덕이던 한국후지제록스를 건실한 회사로 재건해낸 주인공이다.


지난 1998년 한국 후지제록스 회장으로 취임한 후 당시 1백11억원의 적자를 내던 회사를 부임 5년만인 지난해 1백30억원의 흑자 기업으로 재생시켰다.


시장점유율이나 매출중심 경영에서 ROA(총자산수익률)를 중시하는 '질 위주의 경영'을 펼치고 노사갈등을 '투명경영'으로 해소한 결과다.


66년 와세다대학 상학부를 졸업하고 후지제록스 경리부에 입사, 캐나다 및 미국지사, 본사 재무부장 등을 거친 '정통 제록스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