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 전 CE 회장 > 미국에서 데드라인(Deadline)과 관련된 논란이 일고 있다. 몇 주 전에는 9·11테러 조사위원회의 조사 일정을 연장시켜야 한다는 논쟁이 있었으며,최근에는 오는 6월30일로 예정된 이라크 권력이양 시점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논쟁의 핵심은 훌륭한 지도자란 데드라인을 변경시킬 수 있는가에 집중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훌륭한 지도자란 조직 전체의 목적과 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데드라인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데드라인을 변경한다는 것은 무능력이나 나약함이 아니라 통찰력과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데드라인은 기업에는 매우 유용한 개념이다. 기한 내에 반도체나 제트엔진 등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할 때 기업 내 조직은 공통의 목표를 갖고 최선을 다하게 된다. 데드라인은 기업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작업 속도를 높여 경쟁력을 키워준다. 특히 데드라인은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창의력과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나 데드라인을 맞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기술개발 연구다. 우리는 종종 어떤 기업이 기술개발이 부진해 다른 업체에 뒤지는 상황을 발견하곤 한다. 그렇다면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직면한 문제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일이다. 불가능한 데드라인을 무리하게 맞추려고 한다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데드라인을 넘겼다면 리더는 직원들에게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으로 선회해야 한다. 이같은 과정에서 리더는 왜 데드라인이 바뀌었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해 줘야 한다. 데드라인 변경에 대한 이유 설명은 직원 고객 주주 지역사회 등 주변의 관계된 모든 사람들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데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때 새로운 데드라인은 보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 이전보다는 여유있게 잡는 게 좋다. 직원들이 또 다시 데드라인을 맞추는 데 실패하도록 만들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과거 실패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다면 직원들은 결국에는 리더를 존경하게 될 것이다. 기업에서는 리더가 목표를 세워주면 모두가 일치단결해 이를 추구한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정치 지도자가 좌표를 제시하더라도 조직내 구성원 절반 이상은 전혀 딴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정치 지도자가 데드라인을 바꿀 때 상대해야 할 사람의 숫자도 크게 다르다. 유권자 언론 로비스트 이익단체 정당 등 이해를 구해야 할 당사자가 정치분야는 훨씬 더 많다. 이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고,불가능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기업분야든 정치분야든 훌륭한 리더가 갖춰야 할 공통점은 있다. 새로운 데드라인을 정하고,구성원들이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전진해나갈 수 있도록 설득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오는 6월30일로 못박아둔 이라크 권력이양 시점에 대해 다시한번 고민해야 한다. 이라크 권력이양 데드라인은 상황이 전혀 달랐을 때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현재 이라크 내 정국은 여전히 불안해 보이며,따라서 권력이양 데드라인은 새롭게 설정돼야 한다. 사람들은 부시 대통령이 데드라인을 바꾼다고 해서 그를 결코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리더란 데드라인을 변경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It Takes Courage To Change a Deadline'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