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주택성능표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주택의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제도 도입의 취지에서 나타나듯 최근 들어 소음 새집증후군 웰빙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막상 시행됐을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여 단순히 기술적 차원에서만 접근할 문제는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다. 주택성능표시제도 역시 하나의 인증제도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공급자의 품질경쟁을 유도하고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볼 때 이 제도가 무엇보다 실효성을 가지려면 아파트 후분양제 시행이 전제돼야한다. 하지만 과연 내년 하반기까지 그럴 수 있는 여건이 될 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입주자 모집공고때 부문별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재와 같은 선분양제하에서라면 사후에 측정상의 시비 등 공급자와 소비자간 각종 분쟁이 빈발할 것은 너무도 뻔하다.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생각해 봐야 할 점은 또 있다. 정부는 유해물질(새집증후군)을 비롯한 소음,아파트 내부설비,건물구조,일조권,에너지 효율 등을 일일이 평가해 등급을 매기겠다고 한다. 예컨대 소음만 하더라도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경량충격음(작은 물건이 떨어지거나 긁히는 소리)에 대한 4단계 등급 분류제 말고도 화장실 소음,가구간 경계소음,외부소음 차단효과 등에 대해서도 등급을 매기는 등 세분화를 한다는 것이다. 98년 규제 완화 차원에서 주거성능인증제도가 폐지된 적도 있지만 이렇게 세분화하면 할 수록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로 인한 부조리의 여지 또한 그만큼 커질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등급제가 분양가 인상의 또 다른 빌미로 악용되지나 않을지도 솔직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러잖아도 원가 시비가 제기되고 있는 판에 모든 분야에서 최상위 등급임을 앞세운 초호화 아파트가 등장,가격인상 경쟁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결코 없지 않다. 품질경쟁,소비자의 알권리 충족 등 제도 도입 취지 자체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실제 시행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도 한 두가지가 아니란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충분한 보완책 마련을 통해 등급제 시행을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 될 때 시행해도 늦지않을 것이다. 우선 순위를 가려 단게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