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2:56
수정2006.04.02 02:58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보.혁 논쟁이 이념을 배제한 실용주의 노선을 지향하는 것에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는 26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정체성에 관한 공개토론 및 비공개 분임토의를 거치면서 형성된 중론이다.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27일 분임토의에 대한 총평을 통해 "보수와 진보를 말하고 있지만 이념은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정당의 정체성은이념이 아닌 의사결정구조 속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152석의 과반 여당을 이끄는 당 대표로서 국익 우선 논리에 근거한 실용적, 선택적 접근을 당이 지향할 진정한 정체성으로 제시한 것이다.
정 의장이 사법개혁과 언론개혁 등 이익단체간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민감한 사회적 현안에 대해 "필요하다면 (법개정에) 착수해야할 것이나 그전에 국민공감대가필요하고 선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즉, 창당 정신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개혁은 하겠지만 민생경제 회복을 개혁의우선 순위에 둔 뒤 이른바 `소리 나는 개혁'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안정적 토대위에서 시도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지도부의 지향 노선은 이날 새벽까지 10개로 나눠 실시된 분임토의에서도 대체로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천 당선자는 "대체로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정책을 실현하면 된다는 얘기였다"고 했고, 문학진 당선자는 "우리당이 어떤 자세로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국민이 우리당이 어느 쪽인지 판단해줄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진보 성향의 임종인 당선자는 "우리조의 13명 중 11.5명은 정치개혁과 민생안정이 중요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언론개혁 등은 나중에 하자는 것이었다"면서 "나머지 1.5명은 민생은 너무 추상적이라서 사회개혁을 같이 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고 전했다.
또 양형일 당선자는 "정체성과 이념의 문제는 국가발전과 국민적, 시대적 요구에 부합되는 정책적 실용주의를 추구하면서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였다"고 말했고, 386 운동권 출신인 우상호 당선자는 "소모적 이념논쟁에 휘말려 관념적인 논쟁을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체성 문제를 놓고 팽팽한 긴장이 있었다"는 이강래(李康來) 의원의전언이 말해주듯 초기 이념논쟁의 결과를 `봉합점'으로 보는 시각이 오히려 정확할수 있다.
진보세력이 소신을 접고 자세를 낮추는 것도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라크 추가파병과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는 이념갈등의 불씨를지필 수 있는 휘발성 있는 변수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서 진보색채를 드러낸 김원웅(金元雄) 유시민(柳時敏) 의원등 당내 캐스팅보트를 쥔 개혁그룹이 향후 원내대표 및 지도부 경선 등 당권경쟁에뛰어들어 정체성을 이슈로 제기할 경우 노선경쟁은 보다 분명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김원웅 의원은 "유 의원에게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하고 "당 체제가 새로 정비된다면 지도부를 새로 뽑아야 할 것"이라며 당의장 경선 출마를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양양=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