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에서 원내과반을 확보,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공개석상에서 노선과 이념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당 정체성과 여당으로서의 역할 등을 논의하기 위해 26일 강원도 양양의 오색그린야드호텔에서 개최한 제1차 당선자 워크숍에서다. 정동영(鄭東泳) 의장 등 당지도부는 "이념을 논하는 시대는 지난만큼 실용주의에 근거한 합리적 민주.개혁세력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자"면서 책임있는 여당 의원으로서의 자세를 주문했다. 중진인 임채정(林采正) 의원도 "표현은 이상하지만 `잡탕정당'이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면이 있으며 우리당의 정체성은 중산층과 서민을 아우르는 개혁적 중도노선"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지정토론자인 강봉균(康奉均) 의원도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시대는 지난만큼 우리당이 경제문제에 만큼은 이념에 빠지지 않아야 하며 개방적 시장경제 시스템이라는 큰 테두리를 벗어나선 안된다"면서 "행정부를 뒤로 잡아당겨선 안된다"고주장했다. 그러나 대표적 `친노(親盧)' 직계세력인 유시민 의원과 재야 및 시민단체 출신당선자들은 "우리당이 이념적 좌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여당 역할론'에 대해서도 "정부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그러나 자유토론에서 민변 출신인 임종인 당선자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느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개혁파인 송영길 의원도 "여당의 역할이라는 것은 독재정권 때도 있었다"면서 "적절한 분배가 성장에 기여하는 만큼 애매한 중도개혁이 아니라 확고한 개혁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의원은 한술 더떠 "어느 정당이 어떤 이념을 지향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며 집단의 결정을 내리기전에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가세했다. `국민의 힘' 공동대표 출신인 정청래 당선자도 "이념정당을 지양한다는데 이념없이 살아갈 수 있느냐"면서 "자주.대미외교와 언론개혁에 대한 언급이 없느냐"고따졌다. 이미경 상임중앙위원은 "정부가 민주적이고 개혁적으로 나가려는 우리와 호흡이잘맞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삐걱거리는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소장파인 정장선 의원도 "중도개혁, 서민층과 중산층을 아우른다고 하는데 그러면 한나라당과 다른 게 뭐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임채정 의원은 "중도이념도 이념"이라면서 "한나라당과 경제정책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남북문제와 언론개혁 등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가 중요한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논의할 성질이 아니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양양=연합뉴스)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