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역에서 발생한 열차폭발 사고는 북한이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대형 참사임이 분명하다. 북한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상자만 1천5백명선에 달하고 주변 건물은 대부분 파손됐다는 이야기만으로도 피해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용천은 북한과 중국 사이의 교역물자들이 거쳐가는 곳으로 인구는 물론 공장밀집지역이기도 한 탓에 피해가 더욱 크다고 한다. 이번 사고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북한 경제를 더욱 힘들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그동안 사고가 있더라도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았던 북한이 이례적으로 사고 발생 사실을 신속히 알리고 국제사회 및 남쪽 단체들에 지원을 요청한 것도 사정이 얼마나 다급한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북한의 지원 요청이 있기 전에 1백만달러 상당의 긴급 구호 의약품 및 물품을 즉각 보내기로 하는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방침을 밝힌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정부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의 지원을 모색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정치권과 민간단체,나아가 국민들도 지원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터키 이란 대만 등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구호활동을 폈던 우리가 같은 민족의 참사를 외면할 수는 없다. 세계 각국과 국제 구호단체까지 지원에 가세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여야가 구분없이 범국민적 지원을 호소하고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및 구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진한 동포애를 느끼게 하는 일이다. 이번 사고와 이에따른 국제사회의 지원은 북한이 폐쇄적 체제를 버리고 개방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으로서는 사회간접자본(SOC)과 생산시설 등이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또 외부세계와의 협력체계 구축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온 몸으로 체험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즉각 "북한을 인도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사실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이란 남부 밤시(市)의 지진참사를 계기로 미-이란 관계에 해빙무드가 조성됐듯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미관계가 급진전되면서 핵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의미를 따지기 앞서 위급에 처한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구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일은 한시도 지체할수 없다. 당장 범국민적 지원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많은 국민들의 동참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