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이상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갇혀 있는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은 우리의 국보급 문화재입니다. 그런데 문화재 반환 논의 대상에서도 빠져 있어요. 중국 사람들은 혜초기념비까지 세웠는데…." 방대한 분량의 역주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펴낸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70).그는 "혜초는 처음 아랍 제국을 다녀온 동양인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인"이라며 "그가 남긴 왕오천축국전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하마드 깐수'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오래 전부터 혜초에 관한 평전을 구상해왔으나 지난 1996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2000년 광복절 특사로 나온 뒤 본격적인 역주 작업에 몰두했다. '왕오천축국전'은 신라 승려 혜초(704~787)의 인도 기행문.1908년 프랑스 탐험가 펠리오에 의해 둔황석굴에서 두루마리 형태의 축약 필사본으로 발견됐다. 문명교류사학자인 정씨는 원래 세권으로 구성된 '왕오천축국전'의 축약 필사본에 적힌 6천여자를 5백3개의 주석으로 복원하면서 1천3백년 전의 시공간을 되살려냈다. 기존 연구가들은 혜초가 니코바르 제도를 거쳐 인도로 갔고,돌아오는 길에 양동국(부탄 북부)과 우기(호탄)에 들른 것으로 봤으나 정씨는 중국 광주에서 출발해 아랍 제국의 중앙아시아 관할지인 니샤푸르(이란 동북부의 마슈하드)까지 다녀왔다고 밝혔다. 별책부록으로 원문 영인본이 들어있고 고급 비단으로 싼 표지와 디자인도 우아하다. 4백11쪽,4만8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