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조직폭력배들이 경제 전반에 침투해 활개를 치고 있다. 유흥업소나 건설사, 사채업 등의 이권사업에 국한됐던 이들의 활동무대는 최근 기업 M&A(인수합병)와 주가조작은 물론 직접 경영자로 나서 회삿돈을 유용하는 등 이른바 'CEO형 조폭'으로까지 확대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 무일푼으로 기업인수하려 주가조작까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홍일 부장검사)는 22일 인수할 회사의 주가조작에 관여하고 동업자인 기업사냥꾼에게서 수억원을 갈취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및 공갈 등)로 양은이파 부두목 출신인 중견 건설업체 회장 강모씨(47)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2002년10월부터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한빛네트(2004.3.24 코스닥 등록 취소결정)의 인수작업에 착수했다. 강씨는 기업사냥꾼 우모씨를 통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유상증자로 늘어난 주식을 매각하는 등 시세조종을 주도했다. 이어 유명 애널리스트 등을 동원해 자금을 모아 2002년10월 말부터 두 달동안 이 회사 주가를 주당 8백70원에서 3천8백50원까지 끌어올려 7억2천만원의 차익을 얻었다. 하지만 자금부족으로 더이상 매수주문을 내지 못해 주가가 폭락하자 강씨는 같이 일했던 우씨 등 작전세력을 협박해 작년 8월 2억7천5백만원을 갈취하기도 했다. ◆ 잘 나가던 놀이동산 1년여 만에 거덜 =검찰은 또 이날 유명 놀이동산인 ㈜드림랜드를 인수해 공금을 횡령하고 회사에 1백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특경가법상 횡령 및 배임)으로 서방파 부두목 출신 이모씨(53)를 구속기소하고 공범인 서방파 조직원 출신 송모씨를 지명수배했다. 지난 99년9월 드림랜드를 인수한 이씨는 2002년6월까지 회사공금 18억2천여만원을 횡령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씨는 2000년 7월 드림랜드가 공사비를 대신해 대물변제 받은 군산시 소재 3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모 건설사 명의로 소유권 이전하는 방식으로 빼돌리는 등 2003년말까지 회사에 1백13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인수 당시 부채비율 4백57%였던 이 회사는 1년여 만에 부채비율 1천5백56%로 경영상태가 극히 악화돼 2001년2월 부도가 났다. ◆ 조폭 부르는 '모럴해저드' =전문가들은 일부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조폭개입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상적인 경영활동보다는 음성적인 자금을 끌어들여 개인적 이익을 얻는데 급급하다보니 유흥업소 관리 등 과거의 방식으로는 조직을 이끌어가기가 어려워진 일부 조폭들의 조직확대 필요성과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동국대 곽대경 교수(범죄심리학)는 "금융감독기관 금융기관들과 유기적인 상시 단속체제를 구축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