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진로가 장진호 회장(53) 일가와 완전 결별한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23일 진로 정리계획안 인가집회를 열고 '결성' 장씨 일가가 보유한 진로주식 전량에 대해 무상소각 결정을 내린다. 이날 소각될 주식은 장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12.44%(1백83만주)와 회사 소유주식 41.92%(6백17만주) 등 54.36%다. 이로써 장 회장의 부친이자 창업자인 고 장학엽 회장이 1924년 소주 가업을 일으킨 지 80년만에 진로는 장씨 일가의 품을 떠나게 됐다. 진로는 80년 전 평안남도 용강군 지운면 진지동의 '진천양조상회'라는 술회사가 모태다. 진로가 태어난 것은 그로부터 30년 뒤인 1954년. 서울 영등포 신길동에서 출범한 서광주조 때부터다. 창업주가 51년 고향을 떠나 부산에서 금련(金蓮)과 낙동강(洛東江)을 만든 뒤 서울로 올라온 직후였다. 진로가 그룹으로 크게 되는 계기는 59년에 찾아왔다. 진로파라다이스 제품광고용으로 제작한 CM송 '야야야 야야야 차차차∼'가 대박을 안겼다. 이 노래는 국내 최초의 CM송으로 어린아이까지 따라 부를 정도였다. 이 인기를 배경으로 진로는 삼학과 10년간의 혈투를 벌였다. 진로 맛이 달다는 삼학측의 '쓴맛 단맛' 논쟁. 진로는 10년만에 라이벌 삼학을 눌렀고 일약 소주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잘 나가던 진로가 최대 전환점을 맞은 것은 84년 진로 주주총회에서 벌어졌던 '장진호 쿠데타' 때였다. 창업자의 차남이었던 30대 장진호씨가 장남이자 형인 장익용씨를 밀어내고 주총에서 승리를 거둔 것. 장남이 창업자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었다. 4년 뒤인 88년 1월 장진호 회장은 그룹회장으로 취임했다. 장 회장은 이후 소주회사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유통 전선 제약 종합식품 건설 유선방송 맥주 위스키 사업에 잇따라 진출했다. 97년 부도 직전 진로는 계열사 24개,매출 3조5천억원,임직원 6천명을 거느린 거대그룹이었다. 1924년의 '진천양조상회'와는 비교도 안될 규모였다. 하지만 거대 '공룡' 진로는 진천양조상회보다 부실했다. 차입금이 1조3천2백62억원,지급보증은 7천4백81억원에 달했다. 한보 삼미그룹 부도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으로 부도를 냈고 작년 4월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신청으로 종말을 맞았다. 장 회장은 지금 서울 영등포 교도소의 0.82평 감방에서 봄을 보내고 있다.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1심에서 5년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 중이다. 최근 그는 심한 우울증과 신장질환으로 힘겹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장 회장은 며칠 전 담당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가끔 면회가는 측근 중 한 사람은 "장 회장이 가업을 망쳤다는 자책감과 회한에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