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북한 개혁개방의 방향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북한 개혁은 물론 남북관계에서도 획기적인 조치들이 이뤄졌던 전례에 비추어 이번에도 "중대 발표"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2000년 5월 방중 직후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졌고,이듬해 상하이 순방 뒤 2002년 신의주특구 지정,7.1경제 관리개선조치,금강산-개성 공업지구 지정등이 발표됐었다. 북한의 향후 행보는 김 위원장이 이번에 3박4일간의 방중기간 동안 보인 경제 행보 및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초 21일 새벽으로 예정된 귀국 출발시간을 다소 늦춰 중국판 '새마을' 단지인 베이징의 모범 농촌마을 한춘허(韓村河)를 방문,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중국식 농촌개혁에 나설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2001년 상하이 방문 때에도 농업특별개발구를 방문했었다. 김 위원장의 한춘허 방문은 후 주석의 권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대북 에너지 및 식량 지원을 요청한 데 대해 후 주석이 중국식 농촌개혁의 도입을 권유하며 한춘허 방문을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금명간 발표할 신개혁개방 조치에 중국식 농촌개혁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또 후 주석 및 원자바오 총리 등과의 연쇄회담을 통해 신의주특구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동북3성 개조사업과 연계해 육성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 지도부는 두만강 하구에 위치한 북한의 나진과 지린성 훈춘간에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후 주석에게 북핵 문제의 조기해결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은 사전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순방을 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또 후 주석과의 첫 상견례를 겸한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중국이 양빈 신의주특구 초대 행정장관을 구속하면서 껄끄러워졌던 양국간 우호관계를 복원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