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재편…이젠 정부 차례] 부처 통폐합 등 '개혁' 속도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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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가 향후 전개될 인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가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원내 제1당이 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미뤄 왔던 정부혁신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는 방침을 굳혔기 때문이다.
정부혁신 작업은 정부조직 개편에서부터 부처 내 경쟁시스템 도입, 공기업 및 산하기관장 물갈이, 공직사회에 대한 사정까지 대대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 기능에 초점 맞춰 조직개편
김병준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은 "가장 큰 이슈인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와 얽혀 있는 과학기술부 개편 문제를 대통령 탄핵 문제가 마무리되는 대로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 관련 부처 개편은 크게 두 갈래로 검토되고 있다.
현재의 골격을 유지하되 과기부가 기획 조정 평가권을 갖고 집행기능은 관련 부처로 이관하는 형태가 우선 고려되고 있다.
과기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기로 한 만큼 산자부와 정통부를 통합한 이후 차관 두 명을 두고 과기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등으로 분화돼 있는 금융감독 기구의 재편문제도 초미의 관심사다.
감사원이 조만간 금융감독조직의 기능과 재편을 포함한 감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금융감독기구의 재편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은 금융감독체제가 일원화돼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뜻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지난 정부에서도 논란이 됐던 외교통상부 조직을 재편하는 방안도 어떤 방향으로든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 파장 클 인사제도 개혁
현재 청와대 구상의 핵심은 자율성 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다.
내년부터 예산편성시 부처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톱-다운 방식이 도입되기 때문에 부처들의 다양한 실험이 가능할 것이라는게 청와대의 기대다.
일각에서는 '행정특별 조직' 얘기도 나온다.
특정한 실ㆍ국이 인사와 예산에 관련된 모든 권한을 갖고 자율적으로 계획을 수립,추진토록 하는 제도다.
책임을 진 실ㆍ국장은 업무에 따라 조직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효율성을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1~2개 부처를 시범실시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제도 개혁과 관련, 또하나의 방향은 '탄력성 강화'다.
예를 들어 전문성이 필요한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조직에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를 수혈해 조직에 활력을 주거나 부처간 인사교류의 폭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고여있는 물'을 '흐르는 물'로 바꿔 수질을 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사제도 개혁이 진행되다 보면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과제가 행정고시제도 개편이다.
지금과 같은 천편일률적 인재선출 방식에도 손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게 청와대 주변의 평가다.
◆ 공기업 및 산하기관장 물갈이
청와대 관계자는 "탄핵문제가 없었으면 당초 3,4월중 공기업 및 산하기관장 인사를 실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괄 사표를 받지 않고 1년간 기회를 준 만큼 공기업 산하기관에 대한 개혁여론을 수렴, 인사를 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명권자인 대통령 탄핵문제가 걸려 일정에 따라 산발적으로 인사가 이뤄져 올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정부의 개혁의지를 정확히 전달할 수 없었던 문제가 있었다.
탄핵문제가 마무리되면 공기업 산하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실시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를 중심으로 기관장들에 대한 평가를 완료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며 인사대상은 임기가 1년 안쪽으로 남은 기관장이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개각 폭은 크지 않을 듯
고건 국무총리는 이미 총선 후 사퇴의사를 밝혔다.
나머지 국무위원들도 국정 쇄신과 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차원에서 일단 사표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지만 일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탄핵문제가 마무리되면 노 대통령이 던질 화두가 상생과 통합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대적 개각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