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은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으로 나뉩니다. 투자자들이 일희일비하는 곳은 당연히 유통시장이죠. 소위 '작전'이 많이 벌어지는 곳은…." 지난 14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종합청사 별관. 옛 사법연수원 시절 강당으로 쓰였던 3백석 규모의 중강당에서 때아닌 '증권강좌'가 열렸다. 좌석을 가득 메운 수강생은 변호사들.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특별연수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증권법강좌' 둘째날 강의인 '증권거래 실무'를 듣기 위해서다. 강사의 말 한마디를 놓칠세라 모든 신경을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MP3로 강의내용을 녹음하는 변호사도 눈에 띄었다. 휴식시간에 만난 '새내기' 변호사 윤이영씨는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증권 스터디 모임에서 활동했지만 부족함을 느꼈다"며 "증권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어 연수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의 '경제과외' 열기가 뜨겁다. 증권 부동산 지식재산권 등 소위 '물좋은'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사법시험 1천명 합격자 배출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인 셈이다. 개업변호사만 6천명을 넘어선데다 법률시장 개방이 코앞이어서 전문분야를 파고들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이번 특별연수를 준비한 변협 박석갑 회원과장은 "최근 특별연수강좌는 회원들 요청에 따라 주로 경제분야에 맞춰져 있다"며 "회원들의 경제분야 학습 열기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증권시장이해와 증권투자실무, 증권분쟁, 기업지배구조와 소수주주의 보호 등 총 10시간 강의로 3일간 진행되는 이번 특별연수는 3백명 선착순 모집에 7백여명이 몰리는 바람에 첫날 일찌감치 접수를 마감했다. 강사로 나선 김정수 증권거래소 심리부장은 "참가 변호사들이 3시간여 강의시간내내 흐트러짐없이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상당수는 변협 특별연수 외에 특수대학원이나 법무대학원 등에서 지식재산권,소비자파산, 부동산, 조세, 공정거래 등을 복수로 수강했거나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게 참가자들의 귀띔이다. 세광합동법률사무소 최용근 변호사는 "사설학원이나 개인전문가의 특별과외를 받는 변호사도 많으며 공부하지 않으면 요즘은 도태되기 십상"이라며 변호사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연수원수료 2년차인 한 변호사는 "법대와 시험준비, 연수원 등 10년을 (공부)하고도 또 무한경쟁속에 뛰어들어야 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