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호텔 향응사건으로 사임압력을 받아온 에른스트 벨테케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가 결국 물러났다. 분데스방크 이사회는 16일 벨테케 총재가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그의 사직서는 같은 날 수리됐다고 밝혔다. 벨테케 총재는 직위를 이용한 부당이득 취득 혐의로 검찰조사가 시작된 지난 7일 직무정지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총재직 복귀를 강력히 요망해왔으나,결국 정부의 사임압력에 굴복했다. 벨테케 총재는 이날 사직서를 낸 뒤 발표한 성명에서 "나와 분데스방크에 대한 왜곡된 거짓 주장들이 제기되고 법적으로 보장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무시되는 등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가해왔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벨테케 총재의 사임을 둘러싸고 일부 야당의원들과 언론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비협조적인 그를 몰아내기 위해 호텔향응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경기침체로 지지율이 급락한 슈뢰더 정권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했으나 벨테케 총재가 이를 적극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벨테케 총재 후임으로 카이오 코흐 베저 재무차관(59)과 위르겐 슈타르크 분데스방크 부총재(55)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종근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