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 총선 결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다소 계급갈등적이며 평등적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민노당은 진보정당으로는 처음으로 국회 진입에 성공하며 한국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15일 총선 지역구 개표 결과 전체 2백43개 지역구 가운데 1백23곳에 후보를 낸 민노당이 얻은 의석 수는 권영길 대표(경남 창원을)와 조승수 후보(울산 북) 등 2석. 민노당은 비례대표인 심상정 전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과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포함, 모두 10명 안팎이 원내에 진입했다. 그동안 노동계의 가장 큰 목표였던 정치세력화가 실현됨으로써 우리나라 노사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국회밖 길거리투쟁을 통해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 했던 민노당은 이제 국회 내에서의 정책개발과 결정을 통해 근로자와 농민 도시빈민의 권익을 대변할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게 됐다. 사회적 이슈만 있으면 총파업을 주도하며 투쟁을 벌였던 노동운동가들이 국회의원으로 신분이 바뀌어 기존 정당들과 함께 국가정책 입법에 참여해야 할 입장이 된 것이다. 그동안 사업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노동계의 주장이 민노당 의원들의 입을 빌려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현재 입법 단계에 있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비롯한 노동 관련법을 제ㆍ개정할 때 민노당이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개별 사업장이나 장외를 주무대로 했던 노동계의 투쟁이 국회까지로 넓어지고, 투쟁전략이나 방식도 다양화될 전망이다. 이수봉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그동안 장외에서 이뤄졌던 투쟁이 국회 내에서 이뤄지겠지만 소수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지 못하는 게 현실인 만큼 국회 내에서 원만히 처리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대응전략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한국노총은 녹색사민당을 통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각 5석 이상 확보를 목표로 했지만 결국 원내 진입에 실패함으로써 향후 노동계에 적지 않은 판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우선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1월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녹색사민당이 정당을 유지할 수 있는 2%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해 해산되면 조직 대표자로서 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국노총 내부의 변화 움직임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의 입지는 점차 커지는데 반해 한국노총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경우 추후 통합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노총 강훈중 국장은 "두 노총의 산하조직을 보면 서로 특수성이 있는 만큼 판도변화가 당장 일어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