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2:26
수정2006.04.02 02:28
얼마전 미국언론에 첨단기술산업단지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이 일찌감치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당의 존 케리 대통령 후보 진영으로 나눠 줄을 섰다는 기사가 실렸다.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업인들 중 많은 사람은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아웃소싱)기업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케리 후보의 공약이 싫어서라는 이유를 댔다.
케리 지지파들은 인간의 줄기세포 연구를 제한하려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이 못마땅해 케리를 지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철학이나 두 후보가 속한 정당의 정책에 따라 지지 여부가 판가름난 것이다.
요즘 미국사회는 정치 선호도나 이념에 따라 철저하게 양분돼 있다.
여론조사 결과, 친(親)부시파와 반(反)부시파가 한 치의 기울어짐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사회가 한국처럼 혼란스럽다거나 표류한다는 느낌을 주지않는 것은 공화·민주 양당이 건전한 대결을 벌이는 정치세력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치성향이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선택할 만한 정당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이 일찌감치 부시 진영과 케리 진영으로 나뉜 것도 공화·민주 양당이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총선이 끝났다.
미국언론은 이번 총선을 지역대결이 아닌 세대간의 대결로 규정짓고 있다.
표피적인 관찰에 불과하지만 그런 흐름이 나타났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야가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춘 정당으로서 건전한 대결을 벌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힘있는 여당과 언제든지 여당을 밀어내고 정권을 잡을수 있는 강한 야당이 성숙한 경쟁관계를 유지한다면,이념이나 정책에 따라 사회가 양분되더라도 혼란과 파괴로 가는 길을 막을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나 정치선호도 면에서 한국보다 더 양극화돼 있다고 할 수 있지만,파괴적 분열로 가지않는 것은 양당 체제의 견제와 균형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