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 중 3분의 1 정도가 '수동적으로 공격적인(Passive-aggressive) 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 문화가 만연된 기업들의 생산성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회사인 부즈 앨런 해밀턴이 4만명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기업 문화를 7개 유형으로 분류한 결과,건강한 기업 문화는 탄력적이고 능동적 대응형(Resilient),적기 대응형(Just-in-time),군사형(Military)으로 조사됐다. 반면 건강하지 못한 문화는 수동적 공격형,경영층 비대형(Overmanaged),제멋대로형(Fits-and-starts),통제불능에 가까운 복잡형(Outgrown)으로 나타났다. 이중 가장 많은 기업인 31%가 속한 수동적 공격형은 조직 안팎의 요구나 기대에 겉으로는 동의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저항하거나 비판함으로써 변화나 발전을 가로막는 기업문화를 의미하는 용어다. 저항하거나 비판함으로써 공격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고 위장하기 때문에 수동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예를 들면 회의시간에는 모두 동의한 척 하지만 회의장을 나선 후엔 아무런 일도 없던 것처럼 예전과 똑같이 일하고 회의시간에 나온 제안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길 은근히 바란다는 것이다. 기업구조조정 전문가인 빌 헨리히는 "수동적 공격형 문화가 만연된 기업에선 채권자가 회사 문을 쿵쿵 두드릴 때까지 모두가 귀머거리인 것처럼 지낸다"며 "이런 기업들은 나쁜 뉴스나 어려운 현실을 얘기하는 사람을 격려함으로써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동적 공격형 문화에 젖어있는 기업에선 상황이 잘못될 때까지 이를 심각하게 경고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잘못된 후에는 다른 직원이나 외부 요인으로 책임을 돌리는 습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부즈 앨런 해밀턴의 조사 결과를 분석한 USA투데이는 기업에 수동적 공격형 문화가 만연,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일반 직원들보다 경영층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