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시아나 1등 되려해도 제약많아" .. 박삼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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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에서 공정 경쟁이 이뤄지려면 후발업체의 규모가 일정 수준까지 커질 때까지 노선배분 등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11일 기자와 만나 "복수민항제도를 채택한 일본과 중국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선·후발 업체간 규모가 5.5 대 4.5 정도로 대등해졌다"며 "한국도 선.후발 업체 규모가 6대4 수준까지는 되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매출은 7 대 3 수준이다.
박 회장은 "항공산업은 기본적으로 면허사업인 만큼 노선을 배분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회사의 규모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세계적인 항공사로 도약하려 해도 지금 구조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그룹회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11년간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맡아서인지 아시아나를 최고의 항공사로 키우고 싶은 의지와 현실적인 한계 사이에서 겪는 '딜레마'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최근 대한항공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노선 배분에 대해서는 "상하이 노선을 계속 독점할 생각은 없다"면서 "그러나 지난 94년 양측의 합의로 중국노선이 결정된 만큼 상하이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이 독점해온 선양 칭다오 톈진 등 노선도 처음부터 다시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아시아나공항서비스 매각으로 마무리된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고통스런 살빼기'에 비유했다.
"사람으로 치면 몸무게를 10kg이나 줄이는 것과 같은데 어디 쉬웠겠어요.마음 아픈 일도 많았지요.다시는 고통스럽게 살을 빼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사장들에게 늘 강조합니다."
그는 최근 금호석유화학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을 "시장과의 약속을 지켰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배가 고픈' 눈치였다.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이제야 외국인을 비롯한 시장이 조금이나마 평가해 주는 것 같습니다.액면가를 막 넘어선 회사도 있으니 앞으로 더 지켜봐 주십시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호석유화학의 M&A(기업인수합병)설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혹시나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었겠느냐"면서 "대주주의 지분이 충분한 데다 금호석유화학뿐만 아니라 금호산업도 지주회사 역할을 나눠 맡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을 끝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1백50여명을 뽑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 중이다.
신입사원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박 회장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서비스업 일자리가 전체의 70%를 넘는데 우리는 50%대"라며 "관광객이 5백만명 들어오면 일자리는 40만개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