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올들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자금 대출은 줄어든 반면 단기 유동성 확보 차원의 운전자금 대출만 늘고 있어 성장잠재력 훼손이 우려된다. 8일 산업은행은 지난 1분기중 시설자금 대출 규모가 7천2백3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천9백72억원)보다 19.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2년 전인 2002년 1분기의 1조5백98억원에 비해서는 31.7% 줄어든 것이다. 반면 운전자금은 1조7천4백28억원으로 작년 9천2백50억원보다 88.4% 증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2002년 7천1백96억원에 비해서는 증가율이 1백42%에 달했다. 기업은행도 올들어 시설자금 촉진 캠페인을 벌이며 대규모 자금 공급에 나섰지만 증가폭은 미미했다. 1분기 시설자금 공급 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의 8천4백5억원보다 3.5% 늘어난 8천7백8억원에 그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2분기부터는 설비투자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까지는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심하게 위축돼 있는게 분명하다"며 "정보기술(IT) 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이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체감경기를 재는 잣대인 '소비자 기대지수'는 지난달 94.4를 기록, 전달(96.3)에 비해 1.9포인트 떨어지며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기록적인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는 얘기다. 김인식ㆍ안재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