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투기펀드 기업인수 제한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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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종합기계 매각때 투기펀드의 단독입찰을 배제키로 한 채권단 결정은 뒤늦게나마 구조조정기업 처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고착되다시피한 외자의존적 부실기업 정리방식의 부작용을 인식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채권단의 부실기업 처리는 돈만 많이 주면 누구에게든 판다는 식의 금융논리에 매몰돼 있었던게 사실이다.
정부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빨리 팔면서 많이 받아내겠다'고 서두르다 오히려 제때 팔지 못해 값이 더 떨어지고 공적자금만 더 투입해야 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중국 란싱이 써낸 높은 인수가격에만 매달려 경영능력 검증을 도외시한 결과 쌍용자동차는 매각실패로 귀결됐다.
투기 펀드에 대형 은행을 매각하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만들어 놓지 않았던 졸속이 LG카드에 대한 외자계 은행의 지원 거부를 초래,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바로 얼마전 일이다.
눈앞의 외자에만 급급했지 전체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전략부재를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특히 투기펀드의 경우 편법 경영을 통해 단기간내에 인수한 기업의 가격을 높여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머니게임이 그들의 속성이다.
때문에 신규투자와 생산 및 고용창출을 유발하고 선진경영기술을 도입하는 등 생산적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국내 기업들이 외국 투기펀드에 넘어갈 경우 국부를 증대시키기는 커녕 우리의 성장잠재력이나 생산기반이 잠식되는 결과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특히 투자와 고용,연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고 국가 이익과 직결되는 기간산업이나 방산부문 기업의 경우 문제는 더욱 크다.
이번에 매각이 추진되는 옛 대우 계열사의 해외 생산기지와 현지 네트워크들도 모두 국가자산이고 산업 인프라라고 봐야 한다.이것들이 한꺼번에 외국 펀드에 넘어간다면 이는 외자도입이나 경영권을 뺏기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력의 손상과도 관련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채권단의 결정을 계기로 구조조정기업 매각의 기본 방향과 전략을 국가 경쟁력 제고의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재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눈앞의 외자도입에 급급하기 보다 국가경제의 장기적 비전과 산업구조 고도화 전략의 큰 틀에서 우리 경제의 투자 생산 수출 고용 기술발전 등에 얼마나 도움이 될수 있을지를 따져 보다 신중하게 인수대상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서둘러 확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