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매각을 앞두고 고심 끝에 잠재부실을 과감하게 털어내기로 했다. 최고경영자인 홍성일 사장이 "2년 연속 적자 회사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 없다"는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같이 결정한 대신 적자결산에 따른 책임을 전적으로 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한투증권은 지난 회계연도(2003년4월∼2004년3월말)에 수탁고 증대,고유주식 투자 등에 힘입어 1천3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5년간 끌어온 러시아투자 펀드와 관련된 대우증권과의 1심 소송에서 패소해 1천4백30억원의 소송손실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고심끝에 과거 신세기투신을 인수하면서 안게 된 SK증권 주식 및 벤처 장외주식의 평가손실 6백30억원까지 결산에 모두 반영하는 등 잠재부실을 일괄적으로 털어내기로 결정,결국 적자가 불가피해졌다. 한투증권의 적자규모는 6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달 말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같은 결산 결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한 관계자는 "러시아소송은 2심이 진행 중이어서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데다 SK증권과 장외주식의 평가손실도 한꺼번에 털지 않아도 되는 사안"이라면서 "연속 적자를 낼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홍 사장은 최근 전 직원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비록 2년 연속 적자결산이라는 오명을 듣게 되더라도 더 이상 과거의 짐을 대물림 해줄 수는 없다"며 "모든 책임은 최고경영자인 나에게 있다"며 눈물로 직원들을 설득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