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의 화두는 '품질 떨어지는 정부미(米) 공무원'이었다. 행정자치부 배국환 지방재정국장이 최근 행자부 직원 연찬회에서 지적한 "우수인력도 관료사회에 들어오면 저품질 정부미로 변해버린다"는 요지의 '자아 비판' 발언이 외부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행자부는 특히 하루종일 술렁였다. 행자부 고위관계자는 "배 국장의 '쓴소리'가 자칫 행자부만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지 사실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배 국장의 '자아비판' 소식을 접한 공무원들은 대체로 "할 말을 했다"는 반응이었다. 외교통상부 모 과장은 "부처이기주의,낙후된 인사시스템,철밥통 등의 문제점을 대부분 알고 있지만 내놓고 얘기하기 힘든 게 현 공직사회 분위기"라며 "용기있는 비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도 좋지만 말을 가려서 해야했다는 지적도 있었다.특히 주사가 해야할 '하찮은 일'을 장관이 하는 게 공직사회란 발언에 대해선 불만이 비등했다. 자신을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주사라고 밝힌 노태근씨는 행자부 홈페이지에 올린 공개질의를 통해 "1997년 공직사회에 들어와 박봉에도 보람과 긍지를 갖고 묵묵히 일해왔다"며 "주사 업무가 하찮다고 한 이유를 밝히라"고 비난했다. 행자부 사무관급 직원도 '고시출신이 공무원이 되면 정부미가 된다'는 내용에 대해 "유능하고 보석같은 공무원들도 많다"며 "전체 공무원이 문제가 있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런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배 국장의 '직설 화법'이 공직사회의 숨은 치부를 공론화한 점에선 일보 전진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논쟁과 관련,허성관 행자부 장관은 "공직사회가 변화와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는 뜻으로 지적한 만큼 자성하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고 한다. 공직사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로 삼자는 얘기다. 김철수 사회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