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반열에 오른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그린재킷을 다투는 마스터스골프대회가 오는 8일 밤(한국시간) 화려한 막을 올린다. 올해로 68회를 맞는 마스터스는 전년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상금랭킹, 세계랭킹 등을 기준으로 최고의 선수만 엄선해 출전자를 정하기 때문에 골프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출전하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다. 더욱이 이 대회는 매년 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로 치러지기 때문에 시즌 메이저타이틀 경쟁에서 기선을 잡으려는 월드스타들의 각축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타이틀스폰서 없이 입장료와 상품 판매 이익금 등 주최측의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상금액수는 1천만달러를 눈앞에 둔 최근 빅매치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2년간 동결됐다 지난해 40만달러가 인상된 총상금액은 600만달러. 여성회원을 수용하지 않는 폐쇄적인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이 주최하는 마스터스는 지난해 여성단체의 반발로 홍역을 치렀지만 올해는 여성단체가 항의 집회를 하지않기로 해 선수들간의 대결만에만 관심을 쏟을 수 있게 됐다. ◆ 최고의 대회, 최고의 출전자들 골프선수로 최고의 영예인 마스터스 우승에 도전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지난해 PGA 투어 상금랭킹을 기준으로 40위 이내에 들어야 하고 세계골프랭킹은 50위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평생 출전이 보장되는 역대 챔피언을 제외하고는 메이저대회 우승자, 미국 3대아마추어대회와 브리티시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자, 메이저대회 상위 입상자(마스터스 16위, US오픈 8위, PGA챔피언십.브리티시오픈 4위 이내) 등 나머지 선별 기준도엄격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PGA투어 상금 선두인 2000년 우승자 비제이 싱(피지),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등이 올해도 어김없이 출전, 그린 재킷을 노린다. 사상 첫 왼손잡이 그린 재킷의 주인공 마이크 위어(캐나다)와 벤 커티스, 숀 미킬, 등 지난해 메이저대회 깜짝 우승의 주인공들도 다시 한번 돌풍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US오픈 챔피언 짐 퓨릭(미국)은 손목 부상이 깊어 올해는 오거스타에서`8자 스윙'을 선보이지 못한다. 또 `골프 전설' 아널드 파머(74)가 50번째, `황금곰' 잭 니클러스(64)는 44번째로 출전하며 지난해 프레지던츠컵에서 국제연합팀 주장을 맡았던 개리 플레이어(69)도 원로 챔피언으로 얼굴을 내민다. 한국을 대표하는 `탱크'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도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의 초대를 받았다. 이밖에 중국인 최초로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우승한 `독학파 골퍼' 장랸웨이는대회 본부의 특별초청을 받아 꿈의 무대를 밟는 행운을 안았다. ◆ 꿈의 무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은 골퍼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밟아보고 싶어하는 미국 최고의 명문골프장. `구성(球聖)' 보비 존스가 앨리스터 매킨지와 함께 1930년 조성했고 연간 5개월이상 문을 닫고 철저하게 코스를 관리, `꿈의 골프장'으로 명성을 굳혀왔다. 몇몇 그린 아래에 난방, 냉각 파이프를 설치해 온도를 맞춰주고 특수 조명으로일조량까지 조절하며 잔디를 가꾸는 세심함이 최고의 명문 코스를 만든 열쇠. 코스도 코스지만 회원들도 미국사회에서 손꼽히는 부호와 최고경영자, 명문가출신 정치가들 일색이며 여성에게는 아예 문을 걸어잠궈 여성단체의 표적이 되기도했다. 코스 곳곳에 골프장과 대회 역사가 녹아 있는 이 골프장의 18개 홀의 이름은 모두 나무와 꽃 이름을 따 붙여졌고 `아멘'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올 만큼 어렵다는 `아멘코너(11, 12, 13번홀)'도 이 골프장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다른 메이저대회 경기장에 비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코스지만 곳곳에 숨어있는해저드와 벙커, 페어웨이 중간에 조성된 나무숲 등이 발목을 잡고 건드리기만해도 5m를 구른다는 유리판 그린이 운명을 가른다. ◆ 그린 재킷, 2004년 신(神)의 선택은? 올시즌 PGA 투어는 14개 대회 우승자가 모두 다른 선수일 만큼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하고 있어 `신이 점지한다'는 우승자 예측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3번이나 우승한 우즈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이며우즈의 우승 여부는 골프계의 가장 큰 관심거리다. 작년 이 대회 3연패가 좌절된 것을 포함, 4개 메이저대회에서 단 1승도 거두지못한 우즈는 올해도 성적이 시원치 않아 메이저 무관 탈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우즈는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1승을 거뒀을 뿐 스트로크 방식의 대회에서는우승이 없고 5년만의 최악 스코어와 연속 70대 타수, 컷오프 위기 등 아슬아슬한 상황을 자주 연출, 슬럼프라는 평가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우즈의 부진 속에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는 이 대회 2000년 우승자인 싱이 꼽힌다. 우즈의 5년 연속 상금왕 등극을 저지한 싱은 AT&T페블비치프로암 우승후 기세가한풀 꺾었지만 여전히 상금랭킹 선두를 지키며 `1인자' 자리를 넘보고 있기 때문.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우즈에게 패했던 러브3세와 `사막 결투'에서 `우즈 공포증'을 다소 덜어낸 엘스는 물론 지난해 우승자 위어도 환상의 쇼트게임과퍼팅으로 그린 재킷 수성에 나선다. 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 부활의 샷을 날린 미켈슨이 `메이저 무관' 탈출에재도전하고 PGA 투어에서 9년만에 우승한 댈리도 기왕 정상을 밟은 김에 메이저타이틀까지 차지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밖에 마스터스 `예비고사'격인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골프신동' 애덤 스콧(호주)과 개막전 우승자 스튜어트 애플비 등 `호주군단'의 강세도 점쳐진다. ◆ 두번째 도전하는 최경주의 성적표는? 첫 출전한 지난해 대회에서 자신의 메이저대회 최고성적(15위)을 냈던 최경주는17개 출전자 선정기준 가운데 4가지를 충족시켜 다시 초청장을 받았다. 지난해 선전으로 얼마든지 우승권에 근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코스와의 궁합도 잘 맞는 최경주는 올해는 메이저대회 첫 톱10 입상을 목표로 세웠다. 동계훈련 때부터 계속된 웨이트트레이닝과 식이요법을 통해 군살을 완전히 빼바디 턴을 유연하게 만드는 작업이 완성단계에 들어선 최경주는 지난 3일부터 시작한 코스 적응훈련도 아주 순조롭다고 전했다. 특히 연습라운드를 통해 그린과 그 주변에서의 경기력이 관건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 최경주는 며칠째 쇼트게임과 퍼팅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오거스타골프장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새 캐디도 최경주의 든든한 원군이다. 인디언 출신 클린트 비게이와 결별한 최경주는 지난해 린데저먼마스터스에서 유럽투어 첫 우승을 일굴 당시 백을 멨던 앤디 프로저(52)를 전담 캐디로 영입했다. 프로저는 닉 팔도(영국)의 백을 메고 89년과 90년 마스터스 우승을 돕는 등 이코스에서 7∼8회 가량 대회를 치른 경험이 있어 톱10에 도전하는 최경주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최경주는 "작년에 쳐 봤기 때문에 자신 있다"며 "무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