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급진 시아파에 대한 무력진압을 강행하고 자국민을 참혹하게 살해한 수니파에 대대적 보복공격에 나서는 등 이라크상황이 전쟁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군 수니파 시아파간의 '아군없는 3각충돌'이 격화되면서 이라크에서 내전이 발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군-시아파 유혈충돌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 돌출로 미국의 이라크 주권이양 역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고조되는 내전 가능성=이라크 주둔 미군은 5일 라이벌 성직자를 살해한 혐의로 과격 시아파 지도자 모크타다 알 사드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사드르를 추종하는 시아파 민병대와 미군주도 연합군간의 교전으로 이라크인 52명,미군 8명,엘살바로드 병사 1명이 숨지는 후세인 축출 이후 최악의 유혈충돌이 발생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시아파의 10∼15%에 불과하면서도 반미감정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강경 시아파를 온건파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조치인 셈이다. 사드르는 유혈충돌 이후 추종자들이 인간방패를 자청하고 나선 가운데 남쪽 쿠파시의 한 이슬람 사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이와 함께 이날 아파치 등을 동원,시아파의 과격 무장단체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 데 이어 지난주 팔루자에서 미국인 시신을 크게 훼손한 수니파에 대해서도 대대적 보복공격에 나섰다. 저항세력과 싸우는 미군의 싸움터가 '이중전선'으로 확대된 것이다. 미군과 시아파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종파·부족간의 내전으로까지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집트 최대 일간지 알 아흐람은 이 날짜 사설에서 "폭력과 저항이 점령군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다"며 "다양한 종파와 부족간의 내부투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6월말 주권이양 불투명=미군과 시아파,미군과 수니파,수니파와 시아파의 유혈충돌에 시아파내 내분갈등까지 겹치면서 이라크 상황은 극도의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군이 약속한 오는 6월30일 이라크 주권이양이 일정대로 추진될지도 불투명해졌다. 현재로선 시아파와의 관계정립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인구의 60%를 차지하면서 후세인 집권시 핍박을 받았던 시아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예정대로 주권이양이 가능하지만 급진파의 갈등이 시아파 전체로 확산된다면 정권이양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 BBC방송도 "시아파를 진정시키지 않고는 연합군의 진정한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주권이양을 늦추는 것도 문제다. 조기이양을 전제로 과도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각 종파의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날 "이라크 주권이양은 당초 예정대로 확고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라크내의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