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끝나지 않은 SK-소버린 분쟁..趙東根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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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주총에서 패한 소버린이 절치부심하고 있다.
소버린은 '공개서한'을 통해 최태원 회장의 관리자로서 자격 문제를 다시금 제기했다.
전열을 가다듬어 내년을 기약하겠다는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SK 경영권 다툼의 향배는 어느 쪽이 보다 많은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느냐가 관건이었다.
소버린은 이번 주총을 자신이 마련한 SK개혁안에 대한 '국민투표'로까지 부각시켰다.
SK도 사외이사 비율을 70%로 높이는 등 GE에 필적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
SK는 소액주주 지분 확보 면에서 소버린보다 훨씬 선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소액주주가 최 회장의 개인 허물을 문제삼기보다는 새롭게 거듭나려는 SK의 '뉴 플랜'에 신뢰를 보냈기 때문이다.
SK는 주총을 넘겼지만 소버린과의 대결구도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다.
'백기사'로 나섰던 우호 지분이 줄고 외국인 지분이 크게 늘어 경영권 방어를 위해선 더 많은 부담을 안아야 한다.
SK는 지분 매입을 통한 경영권 방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최선의 경영이 최선의 방어일 뿐이다.
투명경영과 주주 중심 경영을 통해 투자자에게 다가서는 정도경영의 길을 가야 한다.
이는 '뉴 플랜'이 지향하는 경영목표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버린은 SK가 거듭나는 데 일조한 '선의'의 견제세력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소버린 이후 유럽계 펀드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들에게 소버린은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비쳐질 만하다.
1천7백억원으로 자산 47조원의 SK그룹 지주회사 격인 SK㈜의 의표(意表)를 찌르는 데 성공한 까닭이다.
14.99%의 절묘한 지분은 또 다른 알짜기업인 SK텔레콤까지 공격 전선을 넓히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소버린을 탓할 수는 없다.
출자총액 규제를 피하기 위한 '주식 맞교환'이 원상으로 회복되는 순간 SK의 '급소'가 극명하게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주식 맞교환을 내부거래를 통한 오너의 부당 이득 취득으로 간주하고 엄정하게 법을 적용했다.
그러나 주식 맞교환 '당시'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지 않았다.
맞교환 직후 SK 주가의 추이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오너의 SK에 대한 지배 강화가 시장에 'SK그룹의 울타리 보강'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또 워커힐 주식을 고가로 사들인 SK글로벌(네트웍스)의 주가도 하락하지 않았다.
유동성이 낮은 비상장 주식을 고가로 매입했다면 SK글로벌의 주가는 당연히 내렸어야 맞다.
결국 중핵 기업간의 소유구조 안정화를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만큼 SK그룹은 지배구조 문제 이전에 소유구조가 취약했다.
따라서 SK그룹이 소버린의 표현대로 '범죄적 경영행위'를 일삼았다 하더라도 재벌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조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순차적으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
재벌체제도 지주회사체제도 아닌 상태에서 일격을 당한 것이다.
SK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출혈하는 동안 소버린은 차곡차곡 투자 차익을 쌓고 있다.
소버린이 지배구조 개선 명분으로 SK에 요구하는 것은 크게 2가지다.
최태원 회장의 퇴진과 SK텔레콤 지분 매각이다.
지배구조 개선은 오너에 대한 견제와 소수 주권의 신장으로 압축되는 시스템 구축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너 퇴진이 지배구조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욱이 지배구조 개선안이 마련된 이상 오너 퇴진 요구는 설득력이 없다.
SK텔레콤 지분 매각 요구는 지배구조 개선과 무관하며 SK가 사실상의 지주회사임을 감안할 때 SK그룹 사업구조에 대한 경영 간섭이다.
SK텔레콤 지분 매각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소버린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SK그룹의 해체다.
결국 SK그룹 주주를 포함해 우리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독립경영은 빌미일 뿐 사실상 소버린을 위한 그룹 해체이다.
우리 재벌체제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외국 자본의 힘을 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국 자본은 반드시 '국익'이라는 잣대를 통해 판단돼야 한다.
우리가 '대박의 제공처'가 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에 의한 우량 기업 사냥은 우리 규제체계의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dkcho@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