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용평의 일본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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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멕스(Cemex)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가치혁신(Value Innovation) 기업이다.
몰락해 가던 시멘트 산업을 고수익·고성장 사업으로 부활시킨 주인공이다.
세멕스가 시멘트 사업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기 전,멕시코 시멘트 시장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었다.
주택난이 심각했지만 국민들이 구매력이 거의 없어 시멘트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시멘트 몇 부대를 구하면 축대를 세우고 몇 개월 돈을 모아 한 쪽 벽을 세우고 하는 식이었다.
집 하나 짓는 데 수년이 걸리기도 했다.
세멕스는 기능 제품인 시멘트를 감성 상품으로 새롭게 창조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을 선물하세요'라는 광고 카피를 전면에 내세우고 슈퍼마켓에서도 한 부대씩 살 수 있도록 유통망을 재정비했다.
시멘트는 금방 최고의 선물로 자리잡았고 수요가 폭발했다.
세멕스는 현재 세계 3위의 시멘트 업체로 우뚝 섰다.
사양산업은 수요가 더 이상 생겨날 여지가 없는 고성숙 산업을 일컫는 말이다.
아무리 값을 내려도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그쯤 되면 정부가 포기하고 해당 기업도 투자를 끊는다.
공장이 있던 지역은 폐허가 된다.
그러나 세멕스처럼 수요를 다시 살릴 수 있다면 사양산업은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얼마든지 재창조될 수 있다.
스타벅스의 성공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스타벅스가 나타나기 전 미국의 커피산업도 망해가고 있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요 증가율이 뚝 떨어지면서 네슬레 제너럴푸드 등은 남지 않는 장사를 할 수 없이 계속하고 있었다.
당시까지 커피는 미국인에게 '잠깨는 기능성 음료'에 불과했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맛과 향기가 넘치는 감성 상품,그리고 커피 마시는 곳을 분위기와 정감이 넘치는 문화공간으로 바꿔 새 시장을 창출했다.
세멕스와 스타벅스뿐만 아니다.
세계 최초의 복합극장인 키네폴리스는 비디오 등에 밀려 붕괴 위기에 몰렸던 벨기에 영화시장을 소생시켰고 이를 벤치마킹한 한국의 멀티플렉스는 단일 영화 1천만명 관객 시대를 열었다.
시장에도 없고 소비자들도 미처 알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낸 '가치혁신'의 결과다.
며칠 전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에선 특이한 콘서트가 열렸다.
'겨울연가 OST 콘서트'로 일본에서 방송돼 빅 히트한 '겨울연가'의 열성팬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다.
드라마 촬영지인 용평리조트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늘어나자 회사측은 이들의 수요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하기 위해 콘서트를 마련했다.
용평리조트는 올해만 1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며 연 50억원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용평 관계자는 "4월 초부터 NHK 등 지상파로도 방송될 예정이어서 촬영지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이번 콘서트에도 1백50여명 이상이 비행기편이 부족해 오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용평을 단지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치혁신론에 입각해서 볼 때 새로운 시장 창출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봐야 옳다.
단순한 관광상품도 문화상품과 결합될 때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용평의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고속철도라는 새 상품도 나타난 만큼 가까운 나라의 여행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복합적인 상품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수요를 일본 여행업체들이 먼저 찾아내 선점하고 있는 형편이다.
수년 전부터 일본과 중국 등에 불기 시작한 한류(韓流) 열풍의 과실을 제대로 따먹기 위한 여행업계의 가치혁신 노력을 기대해본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