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1:44
수정2006.04.02 01:46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심판 첫 공개변론이 예정된 30일 오전 헌법재판소 주변은 평소보다 경비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직접 역사적 현장을 지켜보려는 일반시민들로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탄핵심판이 열리는 대심판정 방청석 112석 중 일반인들에게 선착순 배정된 좌석은 56석으로, 시민들은 밤새 내린 비때문에 다소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전6시부터 헌재 정문에 줄을 서기 시작한 것. 헌재는 변론이 오후 2시부터 시작되지만 청사의 혼잡을 피하고 질서를 유지하기위해 오전 9시부터 방청권 배부를 시작했고 노 대통령이 불출석 입장을 밝혔음에도방청권은 1시간만에 동이 나 이번 사건에 쏠린 세간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가장 이른 오전 6시에 헌재에 도착, 3시간 가량 기다린 끝에 방청권을 배부받은유광희(34.컴퓨터업)씨는 "역사에 길이 남을 재판이라는 생각에 여기까지 찾아왔다"며 "비온뒤 땅이 굳듯 재판부가 발전적 방향으로 현명한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고말했다.
신윤영(25.대학생)씨는 "너무나도 역사적인 사건이어서 학교 수업까지 빠지면서헌재를 찾았다"며 "국회의원이 상황을 더 혼랍스럽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그동안 촛불시위에도 계속 참가했었다"며 국회에 화살을 돌렸다.
바로 뒤에 서있던 김춘식(61.자영업)씨는 "촛불시위 때문에 2주간 장사를 못했다"며 촛불시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오늘 심판은 너무나 국가적인 일이어서 새벽 4시에 깬 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아침식사를 하다가 공개변론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는주권찾기시민모임 회원인 이만재(64.무직)씨는 "대통령 임기가 1년만 남았다면 모르겠지만 4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실정을 그냥 넘길 순 없었다"며 탄핵 찬성론을 폈다.
또 민주화실천 가족운동협의회에서는 탄핵을 반대하고 소추위원을 공격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고 뒤늦게 헌재에 도착한 일부시민들은 방청권도 받지 못한 채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역사적 심리를 앞둔 헌재 재판관들은 평소와 달리 상기된 표정으로 9시 전후해속속 헌재 청사에 도착한뒤 다소 긴장한 듯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언급을 삼가며 총총히 사무실로 향했다.
윤영철 헌재소장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심판정에서 봅시다"라고만 짧게 말했다.
주심 주선회 재판관도 기자들의 질문에 친절히 응하던 평소와 달리 "2차 기일은심판정에서 고지할 것이다.
심판정에서 봅시다"라고 말한 뒤 곧바로 집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을 앞두고 대심판정과 재판관실 등에 대한 보안점검을 실시하고 도청 방지장치를 설치할 만큼 보안에 신경을 쏟았고, 서울경찰청과 종로경찰서 등에서도 2개 중대, 1개 소대가 나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안희 기자 jbryoo@yna.co.kr prayerahn@yna.co.kr